北 '핵잠카드'로 바이든 압박.. 잠수함용 원자로 기술이 열쇠 [뉴스분석]

박수찬 2021. 1. 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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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북한 매체들이 전한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개발 계획이 주목을 끌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7일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전하면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며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전략핵추진잠수함 건조를 먼저 서두르는 '모험'을 감행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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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잠수함' 개발 첫 공식화
美 새 행정부 출범겨냥 판 흔들기 나서
"설계 연구 끝나 최종 심사단계 돌입"
SLBM과 결합땐 美 본토 공격 가능
3∼4년내 5000∼6000t급 건조 전망
지난 2019년 7월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면서 공개한 잠수함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9일 북한 매체들이 전한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개발 계획이 주목을 끌었다. 북한이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7일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전하면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며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핵추진잠수함이 결합하면 한·미 연합군의 공격을 맞받아칠 전략핵추진잠수함이 완성된다.

핵추진잠수함은 잠항 시간이 길어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장기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나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SLBM이 없는 공격핵추진잠수함을 만든 뒤 전략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며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북한은 전략핵추진잠수함 건조를 먼저 서두르는 ‘모험’을 감행할 태세다. 문재인정부 들어 본격화된 해군 핵추진잠수함 사업에 맞서면서 미국과의 핵 억제력 격차를 하루빨리 줄이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은 5000∼6000t급 핵추진잠수함을 3∼4년 후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시도에 회의적인 견해도 나온다. 핵추진잠수함에 필요한 핵연료는 북한 내 우라늄 광산과 원심분리기로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는 영변 5MW 원자로 제작 경험만으로는 개발하기 어렵다. 외국에서 관련 기술과 장비, 부품 등을 반입해야 하나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여의치 않다.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 소요도 걸림돌이다. 프랑스의 최신형 핵추진잠수함 쉬프랑급(4700t)의 척당 건조비는 12억6000만유로(약 1조6800억원)에 달할 정도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막대한 건조비를 조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장)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신형 SLBM 동체에 '북극성-4A'로 추정되는 글씨가 찍혀 있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명중률 향상을 주문하면서 다탄두(MIRV) 유도기술 연구와 고체추진 ICBM 개발을 언급했다. 다탄두는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ICBM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2017년 11월 발사된 화성-15형처럼 ‘화성-16형’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은 점으로 볼 때 다탄두 탑재 ICBM 기술 개발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 8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고체추진 미사일은 연료 주입 등의 과정이 짧아 발사시간을 줄일 수 있다. 2017년 8월 공개된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시찰 당시 도면이 일부 노출됐던 ICBM 추정 화성-13형에 고체연료 엔진을 결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SLBM은 지난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사거리 2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극성-4형이 등장했는데, 북한은 이를 토대로 사거리를 늘린 ICBM급 SLBM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도가 모두 실현되면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워싱턴 등 미국 주요 도시를 핵무기로 정확히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북한은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탄두), 군사정찰위성 등을 도입할 의사를 밝히면서 전술핵무기 개발을 언급했다. ‘핵무력’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부분이다. 전술핵은 전투현장에서 쓰는 핵무기다.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다. 한국군 미사일 대응작전 개념인 ‘한국형 3축 체계’ 무력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제거하기 위해 과감한 첫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이 어떤 것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수찬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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