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가계 대출 조이기.. 미리 금리 올렸다

유진우 기자 2021. 1.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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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주식투자 자금 확보, 내집 마련 같은 여러 이유로 주요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이례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며 '패닉 대출'에 미리 대응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주요 신용대출 상품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기준금리를 0.01~0.06%포인트 올렸다.

주택담보대출 상품 기준금리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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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주식투자 자금 확보, 내집 마련 같은 여러 이유로 주요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이례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며 ‘패닉 대출’에 미리 대응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주요 신용대출 상품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기준금리를 0.01~0.06%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직장인신용대출’은 6개월짜리 연이율이 기존 5.77%에서 5.83%로 0.06%포인트 올랐다. ‘더깎아주는신용대출(6개월)’ 기준금리는 기존 5.62%에서 5.68%, 12개월짜리 5.19%에서 5.22%, 24개월짜리 4.96%에서 4.99%로 각각 높아졌다.

씨티은행은 고소득·고신용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에도 대거 손을 댔다. 병원이나 약국 개원을 희망하거나 운영 중인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한 ‘닥터론’, ‘팜론’은 3개월짜리 연이율이 이전 6.40%에서 6.44%로 0.04%포인트 올랐다.

공무원이나 제휴 대기업 임직원을 상대로 하는 ‘공무원 연금대출’은 연이율이 2.10%에서 2.14%, ‘뉴우량업체 임직원대출’은 8.62%에서 8.66%로 뛰었다.

주택담보대출 상품 기준금리도 올랐다. ‘뉴 에이스 장기담보대출’ 금리는 종전 연 2.20%에서 2.24%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굿뱅크장기모기지론’의 기준금리 역시 금리 변동주기별로 0.01~0.06%씩 올랐다. 이 밖에도 ‘뉴 일반담보대출’은 연 5.86%에서 5.90%로 0.04%포인트 올랐다.

SC제일은행(왼쪽)과 씨티은행. /조선DB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대출 급증세를 누르기 위해 작년 말부터 신용평가를 한차례 더 강화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최소 재직기간, 허용 가능한 신용등급 기준을 높이면서 신용위험 관리 강도를 자체적으로 높였다.

그동안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족’, 영혼까지 끌어다 자금을 모으는 ‘영끌족’에게 외국계 은행은 ‘숨겨진 대출 명소’로 통했다. 시중은행에 견줘 금융당국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경향이 강하고 기업대출 비중이 높아, 개인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에는 금리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두 외국계 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주요 시중은행에 월 평균 신용대출 증가액을 2조원 대로 맞추라는 지침을 내리며 신용대출 규제 강도를 높였을 때에도 버젓이 고액 신용대출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두 외국계 은행 가계대출잔액이 빠르게 늘어나는 점을 주목하기 시작하자 자체적인 대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권에서 올해 대출 목표치를 받아 대출 잔액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경기와 시장 상황, 다른 은행과 대출 현황을 비교해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작년 약속한 대출 목표치를 어겼을 경우 은행에 패널티를 주겠다는 의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 내내 꽉 막혔던 규제 탓에 대출 영업에 나서지 못했다가 연초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모처럼 대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반대로 연말에 시중은행보다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섰던 외국계 은행들은 연초 대출한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두 외국계 은행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이미 미운털이 박힌 상태다.

이차보전 대출이란 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정부가 시중 대출금리와 초저금리(1.5%) 간 차이의 80%를 지원해줘 이차(利差)보전 대출로 불린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이 상품에 시중은행보다 현저히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그마저도 소상공인에게 제대로 팔지 않았다.

씨티은행 대출 부문 관계자는 "경기 상황을 고려한 현금 흐름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면 금리를 조정하는 게 맞다"며 "이전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수요가 충분했기 때문에 은행 수익에는 크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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