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증시 진단, 숫자 맹신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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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는 않다.
GDP와 시가총액을 비교한다는 개념 자체는 문제가 없고 충분히 사용 가능한 방법이다.
한 나라의 수치를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앞의 예처럼 우리나라의 버핏 지수를 미국과 단순 비교해 주가의 높낮이를 따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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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시총 비율 '버핏지수'..美·英 높고 佛·日 낮아
나라별 단순 비교는 위험..여러통계 살펴 신중 판단해야
그럼 이 지표의 효용성은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GDP와 시가총액을 비교한다는 개념 자체는 문제가 없고 충분히 사용 가능한 방법이다. 문제는 적용 방법이다. 한 나라의 수치를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앞의 예처럼 우리나라의 버핏 지수를 미국과 단순 비교해 주가의 높낮이를 따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각국이 금융을 발달시켜 온 과정이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비교하면 오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이 발전해 왔다. 증권시장이 은행만큼 규모가 크고 역할도 중하기 때문에 이런 나라의 버핏 지수는 전통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독일, 프랑스 등 대륙에 있는 나라들은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이 발전해 왔다. 자본시장이 뒤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에 해당 지수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모델로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일본이 대륙 방식을 택해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을 발전시켜 온 만큼 버핏 지수가 낮은 게 당연하다.
그럼 이 지표를 어떻게 써야 할까?
한 나라의 과거 수치와 비교하면 된다. 해당 국가의 경제와 주식시장 규모가 장기적으로 일정 수준에 수렴하기 때문에 과거평균치보다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된 상태로 보는 것이다. 주가순이익배율(PER)도 비슷하다. 미국이 24배이고 우리가 12배라고 해서 우리 시장이 미국보다 매력적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과거 10년간 평균 PER이 12배인데 지금 8배라면 그건 주가가 싼 게 맞다.
미국의 지난 10년간 시가총액/GDP 비율이 1.0배였는데 최근 해당 지표가 1.9배까지 올라왔다. 세계 평균은 0.8배와 1.15배이고 우리나라는 0.9배와 1.1배 이다. 미국은 경제 규모대비 주가가 대단히 높은 상태이고, 우리나라도 낮지 않아 보인다. 과거 우리나라의 해당 지표가 지금만큼 높았던 건 2000년 IT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밖에 없었다.
2001년 911테러 발생 직후 코스피가 470에서 940까지 단숨에 상승한 적이 있었다. 낮은 주가에 세계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겹친 결과였는데 경기도 못지 않게 역할을 했다. 테러 발생 직전인 2001년 7월에 바닥을 친 국내 경제가 이후 1년 동안 회복세를 이어갔다. 당시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배 이상 오르긴 했지만 힘이 크게 실리지 않았던지 2002년 4월 고점 이후 다시 하락해 6개월 만에 500대로 돌아왔다. 주가가 이렇게 힘없이 밀린 건 이번에도 경기 때문이었다.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98.9를 바닥으로 101.7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회복이라고 얘기하기도 쑥스러울 정도였다.
최근 같은 지수가 작년 5월 96.8을 바닥으로 98.8까지 올라왔다. 경기가 방향을 바꾸긴 했지만 코로나19 과정에서 해당 지표가 크게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아직 회복에 힘이 실린 상태는 아닌 걸로 보인다. 시장은 앞으로 경기 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거란 사실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가 후퇴할 수 밖에 없다. 주가를 감안하면 경계심이 더 커진다. 911테러 직후 경기가 지금보다 좋았음에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 밑에 있었다. 지금은 경기 회복 초반에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주가가 오르다 보니 전망이 한없이 좋아졌다. 전망이 곧바로 현실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년에 체감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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