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리포트] "오만이 폭군을 낳는다".. 트럼프 '팬덤정치'의 말로

이상배 뉴욕특파원 입력 2021. 1. 11.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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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월20일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사진=로이터
#.2020년 1월22일 밤 9시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돌아오자마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끌어내린 우드워드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다. 이 통화 역시 책의 집필을 위한 17차례의 릴레이 인터뷰 가운데 하나였다.

화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거쳐 시리아 문제로 얽힌 터키의 지도자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해 "사람들은 그가 끔찍한 인간이라고 하지만 난 그와 사이가 아주 좋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인간관계에서 재밌는 점은 상대가 거칠고 비열할수록 그들과 더 잘 지낸다는 겁니다. 언젠가 그 이유가 뭔지 내게 한번 설명해줘요"라고 우드워드에게 부탁했다. 우드워드는 "난 설명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훗날 책에 썼다. 그가 생각한 '간단한 이유'가 뭘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무능한 트럼프와 그의 팬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코로나19(COVID-19) 대처를 주로 다룬 우드워드의 저서 '분노'(Rage)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도덕함과 무능함에 대한 묘사로 가득 차 있다.

전·현직 참모들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재임기간 중 최악의 위협이 될 것"이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초기 조언을 무시했다. 그럼에도 보건·안보 분야 참모들이 입을 모아 건의한 '중국발 입국 제한'을 두고선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기 혼자 밀어붙인 결정이라고 수차례나 거짓말을 했다.

자신을 공정(?)하게 다뤄주길 기대하며 인터뷰까지 응한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우드워드는 "트럼프는 대통령 일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로 책을 끝맺었다. 일개 진보 언론인의 당파적 주장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최근 대선 결과는 미국 대다수 국민들 역시 우드워드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진=로이터

#.서양에서 패자의 승복은 선택보단 의무에 가깝다. 했을 때 칭송을 받는 게 아니라 안 했을 때 비난을 받는 게 승복이다.

지난해 말 전 세계적인 체스 열풍을 몰고온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은 체스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승복의 장면들을 그려냈다. 주인공 체스 선수의 어릴 적 스승은 체스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말인 퀸(여왕)을 헛되이 잃으면 즉시 패배를 선언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퀸을 실수로 잃으면 크게 불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쉽더라도 상대에게 빠른 승리를 양보하는 게 당연한 매너 또는 에티켓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은 패자의 승복과 함께 결론이 났다. 개표 결과가 아니라 패자가 승자에게 건 축하 전화가 당선인을 확정지었다. 2000년 대선에서 엘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가 보여준 통 큰 승복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당시 고어는 전국 득표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 54만표 앞섰다. 그러나 선거인단 확보에선 266 대 271로 근소하게 밀렸다. 문제는 고어가 불과 537표 차이로 패한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대량의 표가 무효 처리된 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재검표를 명령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고 재검표를 중단시켰다. 억울할 만했지만 고어는 부시에게 축하 전화를 걸고 깨끗이 물러났다. "국민의 단결과 우리 민주주의 견고함을 위해 양보한다"는 승복 연설을 남기고.

대선이 끝난 지 두달이 되도록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된다. 이런 사상 초유의 대선불복 캠페인이 가능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해 시위를 벌이고 소송비용까지 대주는 열혈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다.

28년 만에 처음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지만 여전히 미국인 5명 가운데 한 명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남자'로 꼽는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미국 성인 1018명에게 가장 존경하는 남성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18%가 트럼프를 지목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드와이드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과 함께 공동 1위다.

비록 패했지만 최근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7422만표를 받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제외하곤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높은 득표력을 보여줬다. 트럼프의 강력한 팬덤(열성 지지층)에 비춰볼 때 4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재도전할 것이란 전망은 단순한 망상이 아니다.



팬덤 정치, 결국 독단으로 치닫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 운전, 체스, 테니스 등 특정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사림일수록 역설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미국 코넬대의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는 학부생들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 이런 경향을 확인했다. 1999년 이들이 발표한 논문으로 이런 현상에 '더닝-크루거 효과'란 이름이 붙었다. 두 사람은 논문에서 "무능한 자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결론내렸다.

팬덤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자신을 감싸주고 지지하는 이들에 둘러싸이면 자신의 무능함에 둔감해진다. 팬덤으로 정상에 오른 지도자들이 종종 독단으로 치닫는 이유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팬덤이 생길 정도론 유능하지만 자신의 무지를 알기엔 부족한 지도자다. 비록 훗날 정적 제거 수단으로 변질되긴 했지만 '도편추방제'를 고대 아테네인들이 도입한 것도 이런 정치인들이 독재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팬덤 정치는 '반(反)지성주의'로도 이어진다. 지식이 아니라 열린 생각의 부족이다. 민주당은 '악마', 트럼프는 '구세주'라는 극우 음모론자 집단 '큐아넌'(QAnon)이 대표적이다. 마스크 거부로 상징되는 미국 반지성주의의 결과가 바로 현재 최악으로 치닫은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다.

닫힌 정치 팬덤은 때로 그들이 사랑하는 지도자의 폭주를 낳는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소포클레스는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테베 장로들의 입을 빌려 이렇게 경고했다. "오만이 폭군을 낳는다. 오만이 성급하게 헛된 것을 포식하면 마침내 지붕 위로 올라가고, 결국 폐허로 곤두박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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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뉴욕특파원 kjhnpc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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