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손흥민 골 결정력의 비밀 되새기는 한 해/이기철 체육부 선임기자

이기철 입력 2021. 1. 1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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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이기철 체육부 선임기자

손흥민이 새해 벽두부터 우리 국민에게 호쾌한 행복을 선물했다. 그의 골 작렬 영상은 아무리 돌려 봐도 감동적이다. 국민 혈압 올리는 코로나 블루도, 정치인의 무능도, 집값 폭등과 우격다짐 정책도, 개혁이란 미명의 위선도, 죽겠다는 자영업자의 비명도 이 순간만큼은 잊힌다.

우울한 국민을 손흥민은 지난 6일 자신의 유럽 프로 무대 150호 골을 쏘면서 위로했다. 150골은 그가 2010년 8월 유럽 1군에 데뷔한 지 11년 419경기 만에 기록한 금자탑이다. 기자는 국민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가 본 적도 없는 토트넘을 손흥민이 소속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응원한다. 지난 2일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치른 253번째 경기에서 100호골도 쐈지만 그의 기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8세의 손흥민, 그 진화의 끝이 어디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 손흥민은 하나의 현상이 됐다. 영국 매체들은 거의 매일 그의 경기와 기량뿐 아니라 몸값에서 확인되지 않은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까지 다룬다. 손흥민 유니폼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그가 시내에 나타나면 런던 시민이 구름처럼 몰려 사인과 촬영을 요청한다. 라이벌팀 팬들은 “손흥민은 항상 미소 짓고, 골 결정력이 좋다”며 엄지척을 한다.

한 맨체스터시티 팬은 손흥민의 단점을 찾으라는 질문에 한참 머뭇거리다 “굳이 찾는다면 맨시티 선수가 아닌 토트넘 소속”이라고 답할 정도다. 그가 득점한 날 영국 10대들이 ‘손흥민 존’에서 감아차기 슈팅 연습을 하는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 한국이나 영국 언론만 호들갑을 떠는 차원을 넘었다. 일본과 중국 언론도 손흥민을 특집으로 다루는 월드클래스다.

손흥민의 화려한 별세계급 기량은 땀의 대가다. 푸스카스상을 안긴 그의 70m 드리블과 원샷원킬 슈팅 등에 대해 손흥민은 “공짜로 얻은 건 하나도 없다. 전부 죽어라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네 시간 동안 볼리프팅을 하다 보면 공이 세 개로 보이거나 바닥이 울렁거리기도 했고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슈팅 연습을 했다고 한다.

손흥민을 반짝스타를 넘어 ‘영웅’으로 만든 것은 겸손과 이타적 플레이 그리고 절제다. 공격수이지만 수비에도 몸을 던지고 골 욕심으로 무리한 슈팅보다 더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패스한다. 이번 시즌 동료 해리 케인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합작한 13골은 잉글랜드 역대 최다와 같다. 100호 골을 터뜨린 날 손흥민은 “나 혼자 만들 수 있는 골들이 아니었다”며 팀원들과 스태프, 팬들에게 감사를 돌리며 자신을 낮췄다. 축구로 성공한 손흥민은 선승 같은 생활을 계속한다. 소름 돋는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리그가 시작되는 7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아침 7시 일어나 간단한 식사와 오전 9시부터 훈련, 점심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2시쯤이다. 휴식과 함께 호날두, 메시, 네이마르 등의 영상을 보면서 축구 공부, 밤 10시 이전 잠자리에 든다. 정크푸드 안 먹기, 자유시간 외출 안 하기, 평정심 유지하기라는 지루한 루틴을 열 달간 지킨다. 돈도 시간도 혈기도 왕성한 20대가 이런 생활을 해마다 반복하는 건 정말 따분한 삶이지만 손흥민은 기꺼이 감수한다. 이런 절제가 골보다 더 짙은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손흥민은 원하지 않겠지만 정치권의 키워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손흥민은 왼발을 쓰는 선수인데 왼쪽만 돌파하느냐. 중앙도 좌우도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유했다. 손흥민은 양발을 다 잘 쓰기에 감동적인 골 결정력을 높일 수 있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흥민처럼 하라고 쓴소리를 한 적도 있다. 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도 손흥민의 골, 그 이면의 진실을 되새겨 실천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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