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비핵화 언급 없이 '핵 무력' 증강만 강조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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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밝힌 대미·대남 강경 메시지가 9일 공개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단호했다.
김 위원장은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며 대화 가능성을 남겼지만 "새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라며 바이든 정부의 과감한 조치 없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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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위기관리 속 긍정 신호 찾아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밝힌 대미·대남 강경 메시지가 9일 공개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단호했다. 새롭게 전개될 북미·남북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미의 냉철한 대응이 긴요해졌다.
김 위원장은 내주 출범할 바이든 미 정부를 향해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최대 주적”이라며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핵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하고,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 등을 언급하며 군사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비핵화'는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핵무기'는 36번이나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며 대화 가능성을 남겼지만 “새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라며 바이든 정부의 과감한 조치 없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남측에 책임을 미뤘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국내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이라 평가한 것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역시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여지를 두었지만 우리 정부의 방역협력, 개별관광 제안은 “비본질적 문제”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북한이 제시한 남북합의 이행, 군비증강 중단 등의 대화 조건은 단번에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실망스럽지만 도발을 시사하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당대회 결정서를 채택하지 않는 등 가변적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과 조치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남북미가 협상 국면에 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한미 간 긴밀한 위기 관리는 불가피하다. 북한이 지지부진한 국면을 타개하고 상대방 관심을 끌기 위해 감행하던 도발이나 벼랑 끝 전술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오바마 정부 초기 로켓 발사와 핵실험 도발로 협상을 끌어내려 했던 과거 선친의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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