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279] 마약과 三昧의 차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1. 1. 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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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닦는 데 있어서 관건이 삼매(三昧)이다. 삼매는 자기를 잊어 버리는 망아(忘我)의 상태이다. 또는 엑스터시(ecstasy) 상태라고도 일컫는다. 도를 닦는 수행자는 이 삼매 상태에 들어갈 수 있어야지 현실 세계에 대한 집착을 털어낼 수 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방송 채널을 돌리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KBS 뉴스를 보다가 채널을 돌려서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을 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온다. 삼매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은 오로지 KBS에만 채널을 고정시켜 보는 것이라고 한다면 삼매의 상태에 진입할 수 있는 명상가는 채널을 바꿔서 MBC도 보고 BBC도 볼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자유가 있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 세계만을 절대시하고, 절대 집착을 하게 되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채널을 돌려 다른 세계도 보면 현실 세계를 상대화시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삼매는 눈에 보이는 이 세계를 잠시 잊고 다른 세계로, 망아의 세계로 인도한다. 수행자는 삼매에 들어갈 수 있어야 지혜가 생긴다. 하지만 삼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계율을 지켜야 하고, 고도의 자기 절제와 정신 집중을 하는 수련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몸 안에 정기(精氣)가 충만해지면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이 열려 순환하면서 삼매에 들어간다. 기경팔맥(奇經八脈)까지 열리면 대삼매에 들어가는데, 이때 느끼는 쾌감이 엄청나다고 한다.

삼매를 수시로 경험하는 요가의 고단자 석명(石明·63) 선생과 심층 인터뷰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의 설명에 의하면 성적인 오르가슴에서 느끼는 쾌감보다 약 70배쯤 강한 환희와 쾌감이 자기 내면에서 느껴진다고 한다. 성적인 엑스터시보다 70배나 강한 쾌감을 인스터시(instasy)라고 규정하였다. 가부좌 자세로 앉아 홀로 입정(入定)에 들어간 수행자는 70배나 강한 인스터시를 수시로 느끼는 복을 누린다. 그러니 굳이 섹스를 할 필요도 없고, 마약을 할 필요도 없다. 마약은 약물 투여를 통한 엑스터시이다. 약물이 없으면 못 느낀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삼매와 마약 모두 엑스터시를 느끼게 해 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겠다.

그 엑스터시를 바꾸어 말하면 마치 대양(大洋)과 내가 한 몸이 된 느낌이라고 한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삼매는 바다 한가운데서 유유히 헤엄치는 것이라면 마약은 ‘헬프-미’를 외쳐야 한다. 비극이다. 있는 집 자식들 일부가 미국 유학 가서 마약 중독자가 되어 돌아오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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