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대봉 인천재능대 총장, "전문대가 굳이 AI·바이오를?.. 기술 생활화할 전문직업인이 더 잘 알아야죠"

인천/최성욱 조선에듀 선임기자 2021. 1. 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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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바이오(Bio)’ 등 고등연구기관 혹은 대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전문직업인 양성기관인 전문대학이 뛰어든다면 이상한 일일까.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대격변의 시대에 변화와 혁신의 파도는 전문대학에도 들이쳤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세계은행 컨설턴트 출신의 권대봉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은 “다 변한 뒤엔 의미가 없다. 전문대학이라고해서 움츠려 있을 게 아니라, 변화를 선도할 인재를 육성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라며 책상을 내리쳤다.

권대봉 총장은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오히려 전문대학 교육을 혁신할 기회라고 강조한다. / 인천=한준호 기자

◇창의적 사고 기반한 AI 활용 역량 ‘관건’

권 총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를 마주했다. 취임 1년간 업무를 파악할 틈도 없이 서둘러 교육혁신의 돛을 올렸다.

“지난 1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코로나19)이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걸 실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한 해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학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아줄 교육, 그러니까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죠.”

권 총장은 인천재능대의 인재상을 “산업현장에서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인공지능 활용 인재’”로 규정했다. 인공지능 활용의 시작점은 창의적 사고와 빅데이터다. 전 학과의 모든 학생들이 AI 기본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지난해 ‘AI와 컴퓨팅적 사고력’을 신설했다. 올해는 ‘AI 라벨링’을 AI 특화 교양과목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커리큘럼 변화는 보여주기식 강의로 변질될 우려가 큰데, 교육 내실을 어떻게 기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권 총장 역시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구성원이 온 힘을 다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천재능대는 AI 활용과목을 모든 학과에 포함하되, 학과별 실무현장에서 꼭 필요한 내용만 엄선했다. 이른바 ‘융복합과목’이다. 예컨대 유아교육과는 유아들의 학습활동을 도와주는 에듀테크(edu-tech)를 개발하고, 뷰티아트과와 바이오코스메틱과는 고객의 피부를 분석해 최적의 화장품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건강관리과는 고객의 인바디 체지방량과 운동량을 분석해 최적의 운동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모든 영역에서 창의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AI 활용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이렇게 학과 맞춤식으로 AI 활용과목을 도입하려고 보니, 정작 교재를 찾을 수 없었다. 권 총장은 교재를 “우리 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교수들은 자기 학과 커리큘럼에 맞춰 ‘맞춤형 AI 교재’ 개발에 착수했다. 다수의 AI 전문가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하고 함께 머리를 맞댔다. 대학은 150만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교수들을 독려했다.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직원역량개발체계(JEIU Talent Academy)’도 가동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도출된 교육성과는 창의경진대회,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 등을 통해 확산시켰다. 권 총장은 “인천재능대를 ‘인공지능 선도대학’으로 변화시키는 선순환적인 체계를 이뤄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권대봉 총장은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오히려 전문대학 교육을 혁신할 기회라고 강조한다. / 인천=한준호 기자

◇이젠 전문대도 글로벌 경쟁 시대

교육의 융복합을 인공지능에서 찾았다면, 연구는 바이오 분야다. 지난해 인천재능대는 국내외 4년제 대학과 연구협력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글로벌 리딩 대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10월 인천재능대와 동국대는 학술연구, 교육과정 개발, 시설 활용 등을 함께하는 포괄적인 업무협약을 맺었다. 200년 역사의 벨기에 명문대학인 겐트대와는 생명공학, 바이오 분야 학술·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바이오=인천 송도’라는 브랜드에 인천재능대도 기꺼이 올라탔다. 지난해 송도캠퍼스를 ‘바이오 특화 캠퍼스’로 이름을 바꾸고 바이오 분야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인천재능대가 개소한 AI바이오연구소, AI산업연구소, AI교육연구소, AI바이오 코스메틱연구소에 산업체 전문가들을 연구원으로 초빙해 ‘프로젝트형 교육혁신’을 추진할 계획도 가시화되고 있다. 권 총장은 “송도캠퍼스를 바이오 분야 ‘산학일체형 마이스터대학’으로 발돋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권 총장의 취임 1년은 ‘전문대학도 4차 산업혁명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초석을 마련한 교육혁신의 원년이었다. 1년 만에 제법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권 총장의 말을 종합하면, 기존 사고와 인식의 틀을 깨는 혁파(革罷)에 가까운 혁신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구글이나 삼성전자 혹은 카이스트 같은 첨단과학을 다루는 대규모 단체에서만 한다는 건 착각입니다. 그들이 개발한 기술을 우리 일상에 안착시키는 건 누구의 몫이겠습니까. 전문직업인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기 분야에 접목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상용화되긴 어렵지 않을까요? 전문대라고 뒤따라간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눈치 볼 시간에 끊임없이 연결해야죠.”

권 총장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과제 앞에서 ‘끊임없이 연결하는 융복합’에 도전적으로 나선 이유다. 융복합의 흔적은 그가 취임 1년 동안 추진한 교육혁신 과제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를테면 ▲전 학과 AI 활용과목 도입 ▲교재 개발 ▲4년제 대학과 연구협력(겐트대·동국대) ▲송도바이오캠퍼스 산학협력(삼성바이오로직스 외) ▲휴먼웨어 ▲자율·창의 아고라(도서관 혁신)만 봐도, 시대 흐름에 맞게 바꾸고 갈아 끼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다.

이젠 평생직업교육과 교육행정 분야 전문가로 살아온 권 총장에게 ‘4차 산업혁명형 인재 양성’이라는 과제, 아니 소명이 주어졌다. ‘마지막 한마디’를 요청하자 온화하게 미소 짓던 눈가에 긴장감이 돌더니 이내 눈빛에 자신감이 차오른다.

“학생들이 삶의 철학을 정립하고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소명으로서 직업관’을 총장을 포함한 모든 교직원이 ‘실천’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2021년, 인천재능대의 교육혁신은 전문대학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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