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석의 건강 칼럼]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서효석 편강한의원 대표원장 2021. 1.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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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가 막히지 않고 전신에 잘 흘러야 최상의 상태..
서효석 원장

몇 년 전 허준의 생애를 그린 ‘구암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 중 스승 유의태의 아들인 도지와 함께 한양에 내의원 시험을 보러 가는 내용이 나온다. 둘이 진천을 지날 때 돌림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만나게 되고 병을 고쳐 달라고 매달리는 이들을 뿌리치지 못한 허준은 뒤에 남고 도지는 그래도 한양으로 향한다. 결국 시험장에 뒤늦게 도착한 허준은 시험을 못 보지만 도지는 시험에 합격한다. 그러나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의태는 아들에게 실망하고 크게 꾸짖는다.

코로나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을 보자 허준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의료진만이 아니라 이들을 응원해주고 돼지저금통까지 깨서 성금을 내는 이들이 있어 우리는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우리가 이처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모델로 세계적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의료 기술과 의료인들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한편 서로를 믿고 힘들 때 단합하는 이런 국민의 위기 극복 DNA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 위기가 지나가면 우리 국민의 사기는 한층 올라갈 것이다. ‘사기(士氣)’라는 단어의 뜻은 ‘몸과 마음이 기운으로 충만하여 굽힐 줄 모르는 씩씩한 기세’다. 쉽게 말해서 ‘에너지가 충만해서 지칠 줄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온 국민의 의지와 정부의 선도적 노력이 어디 한 군데 막힘 없이 상하좌우, 동서남북으로 잘 소통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기(氣)가 막히지 않고 전신에 잘 흐를 때 우리 몸은 최상의 건강상태가 된다. 기는 쉽게 말하면 우리가 매일 느끼는 기분(氣分)이다. 이걸 한의학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우리 몸에 흐르는 기의 상태’를 말한다. 기가 온몸에 고르게 퍼져 흐르면 기분이 좋은 것이요, 기가 뭉치고 막혀서 흐르지 못하면 기분이 나쁜 것이다. 한마디로 기는 우리 몸을 살리는 생체 에너지라고 보면 된다. 동의보감에는 ‘통즉불통이요,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기가 통하면 아프지 않고 기가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이라고 표현돼 있다. 즉 우리가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잘 살아간다는 것은 온몸에 기가 충만하게 잘 순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우리 몸이 아프다는 것은 기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폐의 중요성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기의 순환을 주관하는 장부가 폐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반세기를 폐 건강의 연구에 매달려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이들은 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상적인 것으로, 혹은 비과학적 개념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들이 신봉하는 과학의 궁극인 양자 역학에 가면 하나의 입자가 두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양자물리학에서는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이요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이라는 동양철학에 주목하기도 한다.

우리가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함으로써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우리 스스로 일치단결해서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과 진리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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