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말]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고민 들어보니..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21. 1. 11.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비 초등생, 입학·등교에 대한 기대감 없어..
학부모 "집에서 받는 교육, 익숙해질까 걱정"

2021년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다. 해가 바뀌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또다시 근심에 빠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등교수업 대신 원격수업을 전면 실시하면서 학력격차를 비롯한 여러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 학교생활도 지난해와 같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올해도 등교 쉽지 않을 듯…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

올해 예비 초등생과 학부모들에게선 ‘입학’에 대한 기대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올해도 등교수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에서 예비 초 1과 7살 연년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손모씨는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학교에 간다는 설렘이 없다”며 “코로나19로 어린이집 졸업식이 취소되자, 아이가 ‘올해도 초등학교에 못 다닐 것 같은데 어린이집에 계속 다녀야 하느냐’고 묻더라”고 전했다.

특히 예비 초등 학부모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문제는 ‘학교 적응’이다. 인천 서구에서 예비 초 1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는 “아이가 집에서 교육받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질까 걱정된다”며 “아이에게 학교에 왜 가야 하는지 설명해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오는 1학기부터는 아이가 짧은 시간이라도 등교해서 같은 반 아이들의 얼굴을 익히고, 학교가 재밌는 곳이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녀의 학습 지도에 대해 초등 학부모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부담감도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예비 초 4와 초 1 자녀를 둔 김모(대구 북구)씨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방학기간에 문제집으로 복습을 시키거나 온라인 수업을 듣게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도 많아지고 난도도 높아져서 가정에서의 교육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가정에서 어려움이 커지자, 학생과 학부모의 눈은 자연스럽게 ‘등교수업’으로 향하고 있다. 등교수업이 확대되지 못한다면 방과후수업이라도 최대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북 충주에서 예비 초 6과 초 4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는 “부모는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하면서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듣지 못했던 방과후수업을 올해는 되도록 운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DB

중·고교 학력격차 두드러져… 학업 불안 가중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학력격차는 상상 이상이에요. 아이들이 지난 1년간 학교를 안 다녔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인문계고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습관이 이미 무너진 상황에서 지난해 2학기부터 교육부의 방침대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리니 출결마저 엉망이 됐다”고 털어놨다.

1교시부터 온종일 원격수업을 듣는 중고생들은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피로감은 물론 집중력 저하까지 호소하고 있다. 강원 평창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예비 고 1 신모양은 “올해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기 위해 실시간으로 전자기기를 붙들고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 지친다”며 “침대에 눕지 못하게 물건을 올려놓거나 스터디 플래너를 쓰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집중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력격차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력격차 발생에 동의한 비율은 96%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학업적인 면에서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김모(예비 고 1·경기 의정부)양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원격수업을 하면 시험이나 수행평가 등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다”며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고등학교 과정을 예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성화고 진학 예정인 박모(예비 고 1·대구)양도 “등교가 이뤄져도 방과후수업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이번 겨울방학부터 전산회계 자격증을 혼자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입시를 앞둔 예비 고 3의 부담은 더욱 큰 상황이다.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작년부터 교내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박모(예비 고 3·대전)양은 “고교 입학 전부터 수시 전형을 준비해왔지만, 작년부터 등교수업이 어려워지면서 비교과활동이 발목을 잡아 정시 준비에 몰두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대면으로 진학상담을 할 기회가 줄어든 점도 예비 고 3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다.

특히 작년부터 교육 현장에는 극심한 무기력감이 깔린 상태다. 경기도의 한 인문계고 교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성적이 그리 높지 않은 학생들도 교내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학종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꿈을 키워나갔지만,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학교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지자 목표를 상실한 학생들이 늘었다”며 “아이들의 학습 의욕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학생들이 모두 교실에 돌아온다고 해도 이들의 근심이 끝나는 건 아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오랜 기간 매일 등교하지 않았던 학생들을 어떻게 적응시킬지,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학력격차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코로나가 남긴 과제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