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다주택자 집 팔게 유도".. 양도세 완화 검토하나

진중언 기자 2021. 1. 11.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주택공급대책 관련 언급
전문가 "압박해도 매물 안나오자 다주택자 달래기로 선회 가능성"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분양가 통제가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주택시장에 다주택자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 양도세 완화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혁신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정부가 민간의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를 일부나마 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5번째 부동산 대책에 양도세 완화 담길까

홍남기 부총리는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주택 추가 공급책 마련과 관련해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계신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주택을 신규 공급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다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3.3㎡당 일반분양가

홍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징벌적 수준이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한다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심 내 주택 공급 대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지금껏 다주택자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지만, 실제 나온 매물이 많지 않고, 전세난과 맞물려 집값이 급등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 양도세 중과 완화와 같은 ‘다주택자 달래기’로 정책 기조를 유연하게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취득세율을 올리고, 양도소득세까지 대폭 끌어올리는 강수를 뒀다.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기존 40%에서 70%로 올리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기존 10~20%포인트에서 20~30%포인트로 더 올렸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부동산 보유세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양도세까지 ‘폭탄’ 수준이 되자 다주택자는 집을 파는 대신 증여를 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여당에서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 이전에 발표한 것으로 예고한 25번째 부동산 대책 때 양도세 완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집을 갖고 있지도, 팔지도 못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다주택자에게 ‘퇴로(退路)’를 열어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 공급 막는 분양가 통제 개선되나

정부의 분양가 관리 정책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서울 강남에서 역대 최고가(最高價) 분양가가 등장하면서, 주택 공급을 방해하는 과도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책 기조가 힘을 얻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도 3.3㎡당 5668만원으로 결정됐다. 앞서 국토부 산하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산정한 분양가(3.3㎡당 4891만원)보다 16% 높은 가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HUG를 앞세운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시장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는 여전히 수천만원 정도 낮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취지에 어긋나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런 변화는 지난 5일 열린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 때 민간단체들이 HUG의 고분양가 산정 방식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고, 변창흠 장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과도한 분양가 규제로 민간 주택 공급이 억제된다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이주 후 3년 넘게 분양을 못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1만2032가구) 등 대단지 물량을 쏟아낸다면 집값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정부의 기대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주택자 규제 완화나 재건축 활성화 등 정부의 전면적인 부동산 정책 ‘유턴’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핵심 지지층을 대거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가 기존 규제를 추진했던 논리와 명분을 한 번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