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별세한 라소다 감독, 제 야구 인생의 은인이셨죠"

정병선 기자 입력 2021. 1. 11. 03:01 수정 2021. 1. 11. 06: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통해 깊은 애도
"거울 보고 매일 '난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하라고 해..
지금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

“어떤 말로 슬픔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야구 인생의 은인이셨습니다. 사랑하는 라소다 감독님, 영원히 기억하며 그리워하겠습니다.”

토미 라소다(94) 전 LA 다저스 감독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그 누구보다 애절한 감정을 표현한 제자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박찬호였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9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전설 라소다 전 감독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인스타그램에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박찬호는 10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안타깝고 병문안 못 간 게 평생 한(恨)이 된다”고 다시 한번 슬픔을 나타냈다. 박찬호는 “1994년 한양대 재학 중 다저스와 계약했을 때 당시 사령탑이 라소다 감독이었다”며 “감독님은 영어도 못하는 나를 매번 지인들 저녁 식사 자리에 일부러 통역도 없이 데리고 다니셨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동양에서 온 나에게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1호인 박찬호가 지난 9일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의 별세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과 라소다 감독이 대화하는 사진을 올렸다. /박찬호 인스타그램

라소다 전 감독은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박찬호를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렸다. 이후 첫 해 마이너리그로 강등됐을 때도 관심을 놓지 않았다. 박찬호는 “라소다 감독님은 제가 마이너에 있을 때 메이저리그 경기가 없는 날 하루를 이용해서 LA에서 위치타스테이트(캔자스시티)까지 그 먼 길을 오셔서 경기를 보고 점심까지 사주시고 격려해주셨던 기억이 있다”며 “그날은 내 평생 라소다 감독에게 가장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빅 리그 무대에 섰다. 당시 시범 경기에서 뛰어난 투구를 펼쳤음에도 마이너리그에서 좀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라소다 감독이 그대로 빅 리그에 남겨놓았다고 한다.

박찬호는 “라소다 감독께서 다저스 입단 직후 내게 거울을 보고 매일 ‘나는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를 하라고 한 말을 평생 기억하고 실천했다”며 “그날 이후 매일 거울을 보면서 이 말을 몇 번씩 반복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소다 전 감독은 1976년 다저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1996 시즌 심장병으로 중도 사퇴할 때까지 21년간 다저스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내 몸속엔 푸른 피가 흐른다”는 말로 다저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재임 기간 중 1981년,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2차례 받았다. 1997년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안겼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