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도 등 돌리나… CNN “트럼프 직무박탈 고민중”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박탈을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 이후, 트럼프가 어떤 일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펜스조차 트럼프에게 칼을 겨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NN은 9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더 불안해질 경우를 대비해 펜스가 대통령 직무 박탈을 가능케 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부통령이 내각 과반 동의를 얻어 하원의장 등에게 공적 서한을 보내면 즉각 발동된다. 만약 대통령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 상·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건 직후만 해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펜스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했지만, 펜스는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펜스의 측근들도 뉴욕타임스(NYT) 등에 펜스가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거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며칠 만에 다른 기류가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트럼프와 펜스의 관계는 최근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CNN에 지난 6일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 이후 트럼프와 펜스가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트위터 등엔 의사당에 난입하는 시위대가 ‘펜스를 목매달아라(hang Mike Pence)’라는 구호를 외치는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펜스가 의사당 난입 사건 직후 의원들을 모아 7일 새벽까지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인증한 것에 대해 트럼프가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소식통을 이용해 “펜스가 마침내 트럼프의 복수심을 알아차렸다”며 “펜스는 트럼프에게 실망해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24년 대선 출마를 노리는 펜스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차기를 노리기 위해선 트럼프 지지층을 흡수하는 게 필요하지만, 트럼프의 극렬 지지층은 이제 ‘펜스를 목매달라’는 구호를 외칠 정도로 그를 떠나버렸다. 그렇다고 의회 난입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상황에서 펜스가 트럼프의 입장에 동조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펜스가 결국 트럼프와 선을 긋는 ‘홀로 서기'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 불참 입장을 밝혔지만 펜스는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불참에 대해선 “잘된 일”이라고 했지만, 펜스에 대해선 “그를 모시는 건 영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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