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NHK 대하사극과 한·일 관계
자국선 '근대경제 아버지' 추앙
공영방송 드라마서 본격 띄우기
양국 악연 어떻게 표현할지 주목
“앞으로 3년 후, 2024년부터 이분이 1만엔 지폐의 상징이 됩니다. 대변화의 메이지유신 시기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는 자기 재능과 두뇌 하나로 500개 이상의 사업을 일으켜 시대의 키잡이를 맡았습니다. 지금 누구나가 ‘무언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길을 찾는 시기에 이 걸물(傑物)과 같은 머리를 가진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많이 키우고 싶다, 이것이 목표입니다.”
NHK는 2월부터 시부사와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하드라마 ‘푸른 하늘을(靑天) 찌르라’를 약 1년간 방송한다. 푸른 하늘을 찌르라는 시부사와가 젊은 시절 읽은 한시 구절 “푸른 하늘 찌를 기세로 팔 걷어붙이고 오르다”에서 따온 말로 큰 뜻을 갖고 실천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지폐 인물이 바뀐다는 것은 나라의 상징이 바뀐다는 의미다. 해마다 역사 인물을 바꿔가며 시대를 조망하는 NHK의 대형 인기 사극(史劇)인 대하드라마가 올해 시부사와를 주인공 삼은 배경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NHK 대하드라마는 특히 최근 수년간 일본 정부의 지향점과 조응하는 인물 및 주제를 선정하는 국책방송 경향을 보인다. 메이지유신 150주년이었던 2018년에는 유신 주역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도쿄올림픽을 한 해 앞둔 2019년에는 일본 마라톤의 아버지로 불리는 가나구리 시조(金栗四三)와 1964년 도쿄올림픽 유치 주역 다바타 마사지(田畑政治)가 주인공이었다.
일본은 새 NHK 대하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시부사와를 띄우는 분위기를 본격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일자에 이 드라마에서 시부사와 역을 맡은 인기 배우 요시자와 료(吉澤亮) 인터뷰를 게재했다. NHK도 지난 5일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워치9에 요시자와 료 등을 출연시켜 시부사와를 적극 소개했다. 앵커는 “시부사와가 태어난 것은 막말 격동기.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나 사이고 다카모리와 같은 시대다. 내일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잃은 그들과 달리 시부사와는 살아남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며 농민에서 막신, 다시 실업가로 91세까지 살아냈다. 앞이 안 보이는 이 시대를 살아내는 힌트를 묻는다”라고 했다.
시부사와는 일본에서는 일본자본주의의 아버지로 추앙받지만 한반도에서는 일제 경제침탈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설립한 은행과 각종 회사는 경제침략의 한 축이었던 화폐 발행과 철도 부설 사업을 이끌었다. 경인철도합자회사의 철도망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자원을 수탈해 일본으로 실어날랐다. 조선흥업주식회사는 조선인 소작인으로부터 과도한 소작료를 착취해 황해도 소작쟁의를 촉발하기도 했다.
2010년 한국은행이 발행한 ‘우리의 화폐, 세계의 화폐’는 “1878년 부산에 처음으로 지점을 개설한 일본 제일은행은 1905년 대한제국의 국고 업무와 발권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 당시 제일은행 총재의 초상을 도안으로 사용하였고”라면서 1902년 발행된 제일은행권 3종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이 지폐의 초상이 바로 시부사와다. 시부사와는 1만엔권에 앞서 구한말 지폐 인물로 데뷔한 셈이다.
한·일 관계에 격랑이 일고 있는 이때, NHK 대하드라마가 시부사와와 한반도의 악연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김청중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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