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접촉자 떼로 배정·유증상자에 감기약" 출소자의 증언
마스크 부족.."돈 있으면 KF94 별도로 사라" 구매장
유증상자들 바로 격리조치 하지 않아.."감기약만 처방"
증상 없던 수감자들에게 바이러스 확산.."옆방서도 확진"
[앵커]
서울 동부구치소에선 지난해 11월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천 명이 넘는 집단감염이 발생했습니다.
방역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 속에 한 출소자가 YTN에 자세한 내부 사정을 들려줬는데, 한마디로 'K-방역'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안윤학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동부구치소를 출소한 A 씨.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지금은 자가격리돼 있습니다.
A 씨가 위협을 느낀 건 아직 구치소 생활을 하던 지난달 12일, 집단감염 소식이 밖으로 전해지기 1주일 전쯤입니다.
방호복을 입고 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목격된 겁니다.
[A 씨 / 지난해 동부구치소 출소자 : 한 번도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없었는데, 갑자기 방호복을 입었기에 뭐냐고 물었더니, 자기 사동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것 같다…. 담당 교도관이 일단 쉬쉬 시키더라고요.]
그 무렵 "돈 있는 사람들은 KF94 마스크를 별도로 사라"는 '구매장'까지 날아들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며칠 뒤 1차 전수조사가 진행됐고, 180여 명이 확진됐습니다.
주로 8층에서 나왔습니다.
밀접접촉자들은 별도 격리 조치 없이 정상 수감자들이 있는 또 다른 층으로 보내졌습니다.
A 씨는 밀접접촉자들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 / 지난해 동부구치소 출소자 : 8층에서 확진자가 제일 많이 나왔다는데 거기에서 음성 나왔다고 분류돼서, 소독했다고는 하지만 확진자가 나온 방에 다시 7명씩 방 배정해서 넣더라고요.]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8층에서 온 밀접접촉자 가운데 이미 심한 두통, 몸살기 등 유증상자가 있었습니다.
[A 씨 / 지난해 동부구치소 출소자 : 8층에서 온 사람들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온몸이 쑤신다, 이런 표현을 해서…. (바로 검사를 받긴 했어요?) 검사 안 받았습니다, 그런 거.]
즉각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격리조치를 해야 했지만, 구치소 측은 유증상자들에 감기약을 처방했을 뿐입니다.
이들은 닷새 뒤, 2차 전수검사 때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닷새 동안 공동생활을 한 탓에, 바이러스는 옆방으로 급속히 확산했습니다.
[A 씨 / 지난해 동부구치소 출소자 : 확진자는 확진자대로 확 빼버리고, 밀접접촉자는 접촉자끼리 확 빼버리고 해서, 단체로 떼 지어 우르르 어디로 전방(방 옮김)을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때까지 법무부와 구치소 측이 한 일은 "각자 조심해라", "밖에 알리지 말라", "마스크 사라"는 말뿐이었다고 A 씨는 회상했습니다.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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