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분쟁 그 후..머나먼 투쟁
[앵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기술 분쟁, 우리 산업계에서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난제죠.
중소기업들은 이런 분쟁에 휩싸이게 될 경우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대기업에 비해 자금과 시간, 인력이 부족해 장기간의 소송을 버티지 못하고 고사 위기로 내몰리기 때문입니다.
선재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원유 채취 과정에서 나오는 불순물을 정화하는 미생물, 이 미생물이 인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의 주력 상품입니다.
10년 넘게 한 대기업의 협력사로 일했는데 2015년 대기업이 비슷한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기술 분쟁이 벌어졌고, 6년이 지나도록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최용설/중소기업 대표 : "(행정기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중소기업한테 증거를 찾아오래요.중소기업이 무슨 수로 증거를 찾아옵니까.대기업이 다 숨겨 버리는데."]
조사와 소송의 연속에서, 공장 3곳 중 2곳은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최용설/중소기업 대표 : "중기부 따로, 공정거래위원회 따로, 특허청 따로...부처별로 따로따로 조사하면서 각 부처마다 조사한답시고 우리는 1년 내지 몇 년에 걸쳐서 시간 낭비하고 엄청난 자료를 준비하고."]
지역에 있는 중견 업체, 수출 2천 만 달러를 달성한 업체입니다.
한때 납품했던 대기업에서 유사한 장비를 쓰고 있다는 지인의 제보를 받은 게 2015년입니다.
[정형찬/중소기업 대표 : "어,우린 납품한 적 없는데? 라고 하니까 '아닌데 사장님 장비가 (대기업에) 그대로 다 있는데'"]
일단, 변호사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웠습니다.
[정형찬/중소기업 대표 : "지방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해서 소송을 한다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자료를 보내주고 나서 그 변호사하고 조율을 하잖습니까.그런 과정에서도 다 꺼립니다."]
검찰 조사는 4년 동안 진행됐습니다.
담당 검사가 3명이 바뀌었습니다.
[정형찬/중소기업 대표 : "말려 죽이는 거죠. 중소기업 말려 죽이는 겁니다. 대기업은 자금과 시간과 인력이 다 있잖습니까. 중소기업은 소송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박희경/재단법인 경청 변호사 : "(대기업은) 5대 로펌 중에 꼭 하나 이상의 로펌을 끼고 들어오거든요,소송에. 외국 논문이라든지 기술 감정 의견서만 해도 백 페이지가 넘는 물량적 질적 공세를 계속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 이걸 입법부나 정부 기관이 많이 인식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일본은 기술 분쟁이 제기되면 전문가가 직접 현장에 나가 대상 물품을 조사할 수 있는 제도를 최근 도입했습니다.
중소 기업의 입증 책임을 덜어주려는 것입니다.
기약없는 조사와 소송으로 중소기업이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최용설/중소기업 대표 : "수주를 해와야 되고 베트남에 나가고 쿠웨이트에 나가야 되는데,맨날 여기 매달려서 아무 일도 못하는 겁니다."]
[정형찬/중소기업 대표 : "기술 개발하겠다는 사람 주변에 있으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립니다, 하지 마라."]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김기곤
선재희 기자 ( a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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