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채 보유자 매물 유도"..당정,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검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상규 입력 2021. 1. 10. 22:01 수정 2021. 1.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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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 수정·보완 작업도 추진
'기존 부동산 정책 후퇴' 부담 관측도
사진=뉴스1
다주택자의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정부와 여당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세 채, 네 채 보유자가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대책”이라고 언급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방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하고, 기존 부동산 정책의 후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은 정부와 여당의 결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이 당·정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 내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일정 부분 완화해 주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당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이 전달된 상황이 아닌데, 양도세 중과를 완화했을 경우 어떤 효과가 나올 수 있는지 등을 내부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다주택자와 단기주택 거래 등 부동산 투기 혐의자들을 최대한 압박해 매물을 끌어내려는 목적에서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더 높여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한다. 또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율을 0.6~3.2%에서 1.2~6.0%로 높였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시장에 매물을 내놓기보다 자녀에게 증여를 택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는 6월1일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시점을 늦추거나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다주택자는 중과에서 배제해 주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홍 부총리도 이날 KBS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주택 공급에 대한 예고로 심리적인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계신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정책”이라고 말해 양도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1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이 당정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양도세를 완화할 경우 정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책을 시행하기도 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은 기존 부동산정책의 후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보유세가 급증하고 있어 기회가 주어지면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이 많아 이를 활용한 절세 매물이 제법 나올 듯하다”며 “다만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지도 않았는데 정책을 수정하기까지 정부에 다소 부담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기재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도심 내에서 부담 가능한 주택, 살고 싶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 중이지만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실무적인 논의를 몇 차례 더 진행한 뒤 당정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추가 대책 수립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 나온 것과 관련해 부동산 시장 안정과 관련한 과감한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점 유예 등과 관련한 여론 추이도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 (당정 협의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새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된 만큼 조만간 업무보고 과정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적절한 시기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오는 15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 예정이다. 당장 새로운 대책을 발표하기보다는 현재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발표될 공급대책의 뼈대를 논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부동산 세제에 대한 수정·보완작업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택업계에서는 최근 서초구청이 분양가상한제 대상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가를 3.3㎡당 5668만6000원에 승인한 것을 계기로 정부의 ‘공급 확대’로의 정책기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주변 시세 대비 60% 정도인 이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산정한 4891만원보다 15.9%나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을 분양가 통제 등의 방법으로 억제해 왔던 정부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과거보다 좀 더 완화된 방향으로 정책을 다양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서초구 심사 시 원베일리는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른 가산비가 상당액 반영되었으며, 최근 주변 집값 상승에 따른 지가상승분도 일부 반영됐다”며 “앞으로도 적정 분양가 책정을 통해 무주택 서민들의 저렴한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 주택 공급을 막는 지나친 규제는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설 이전에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공급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세종=우상규 기자, 나기천·김민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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