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정치적·외교적 소실 상태"..유일한 해법된 '소송'

박상준 입력 2021. 1. 1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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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과 정치적인 권력을 가지지 못하는 개인에 불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로서는 소송 외에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요원하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에 대해 일본 정부가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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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협상력과 정치적인 권력을 가지지 못하는 개인에 불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로서는 소송 외에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요원하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에 대해 일본 정부가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한일 정부의 외교적 협상 등을 통한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보상을 위해선 불가피하게 사법적 절차를 통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고 김복동 할머니 등 피해자 17명 등 21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 판결도 13일 선고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로선 소송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이 재판부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안부 문제, 정치적·외교적 소실 상태”

고 김복동 할머니 측 변호인단은 그동안 재판에서 “피해자들에게 재판이 최종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라며 “일본 법원에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가 원고가 된 4건의 소송이 있었지만 구제를 받은 피해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고 강조해왔다.

한일 정부 간 정치·외교적 해결도 기대하기 어려워 고령인 피해자들로선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 “정치적·외교적 소실 상태”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김 할머니 측 변호인단은 “우리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폐쇄한 이후 일본 정부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후속 방안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국가가 나서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헌재는 “국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분쟁해결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헌법에 위반되고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김 할머니 측 변호인단은 “일본의 사법절차를 통한 구제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국가면제(State immunity)’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국가면제 원칙’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이지만 테러나 전시 성폭력 등 반인도적 범죄 등 저지른 경우는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위안부는 성노예’ 유엔 등 국제기구 꾸준히 지적

서울중앙지법은 8일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위안부 운영은 반인도적 범죄로 일본 정부를 재판할 권리가 있다. ‘국가면제 원칙’이 배상 회피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3일 선고를 앞둔 김 할머니 측 변호인단도 일본 정부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입증하는 다양한 증거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단이 지난해 5월 재판부에 낸 ‘일본 행위의 위법성’이라는 의견서를 보면 위안부 피해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조사보고서와 유엔 인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기구에서 일본 측에 한 각종 권고와 지적이 총망라 돼있다.

유엔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은 1996년 조사보고서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국제인권기구가 금지하는 ‘성노예제’임이 명백하며, 소녀에 대한 납치 및 조직적인 강간은 민간인에 대한 비인도적 행위 및 인도에 대한 범죄를 구성한다”고 적시했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1998년 조사보고서도 “일본의 위안부 징집과 처우는 노예제도를 금지한 관습국제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김 할머니 측 변호인단은 일본 정부와 군부가 위안부 동원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보여주는 일본 외무성 문건 사진도 증거로 제출했다. 1942년 1월 일본 외무대신 명의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위안소’ 업자에게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여권 발급이 바람직하지 않으니 군 증명서로 도항(배를 타고 바다를 건넘)시키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겨있다.

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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