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시대' 막연한 기대감 말고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라 [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박동흠 | 회계사 2021. 1. 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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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스피지수가 드디어 3000포인트를 넘었다. 지수의 앞자리가 바뀐 것은 2007년 7월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2007년에는 조선, 중공업, 철강 등 전통 제조업들이 중심이 되어 주가를 견인하더니 지난해와 올해는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및 비대면(언택트) 관련주가 시장을 끌고 가는 형국이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과 성장성에 비해 주가가 계속 디스카운트(저평가)돼 왔는데 이제 어느 정도는 저평가 문제가 해소된 것 같다. 물론 히딩크 축구 감독의 명언처럼 아직 배가 더 고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냉정하게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실물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가다 보니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얘기도 곱씹어 봐야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정확히 예측했던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박사도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하며 버블을 경고하는 중이고, 그 밖에 짐 로저스나 마크 파버 같은 일부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0포인트를 찍고 4개월 뒤부터 주가가 와르르 무너졌던 아비규환의 금융위기를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에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모든 기업의 주가가 다 폭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 올라간 종목들도 있었다. 그래서 항상 위기는 늘 동전의 양면처럼 위험과 기회를 가지고 있다.

주가, 즉 기업의 가치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합으로 표현한다. 좀 더 쉬운 말로 풀어보면 현재 갖고 있는 순자산과 기업이 향후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합이다. 현금, 예금 등 금융자산을 500억원 갖고 있고, 앞으로 사업을 통해 현재 가치 기준으로 1000억원을 벌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기업의 가치는 1500억원이 된다. 주식 투자자는 당연히 주가가 이보다 낮을 때 주식을 사야 하고 이 가치에 근접하면 매도를 해야 한다.

기업이 미래에 얼마를 벌 것인가에 대한 셈법은 서로 다를 것이다. 세계 최고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반대로 공매도를 하거나 버블이라고 경고하는 미국 투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향후 벌 수 있는 돈의 현재 가치보다 주가가 더 높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반면 목표 주가를 더 높게 잡는 쪽에서는 반대의 논리를 편다. ‘주가는 꿈을 먹고 성장한다’는 말이 결국 성장성이 반영된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기대 때문인데 서로 관점이 다르다 보니 주가는 매일 변동하고 사고파는 사람이 항상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10년치 재무제표를 보며 돈을 잘 버는 능력이 있는 기업인지부터 확인하고 기업의 양적·질적 정보를 면밀히 검토하며 확실한 기업들만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잘 모르는 막연한 성장 기대감으로 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하고, 예상했던 대로 잘 성장해서 기업의 과실을 주주가 같이 누리기도 한다. 당연히 투자자는 후자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들을 신중히 분석해서 투자 대상을 선택하고, 주식을 매수했다면 그 기업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코스피 3000시대를 맞아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이번에 제대로 고치면 좋겠다. 도박이 아닌 투자의 개념에 맞게 주주는 기업을 제대로 분석해 선별하고, 회사는 주주의 소중한 돈을 사업에 잘 투자해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투자 문화가 정착될 것이고 주식시장이 진정 자본주의의 꽃임을 모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박동흠 |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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