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상사 신고하니 다른 상사가 보복"

정대연 기자 2021. 1. 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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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반.."갑질 경험" 34%
여성·비정규직·소규모 업장서 "괴롭힘 심각" 답변 높아

[경향신문]

직원이 3명인 개인병원에서 일하는 여성 간호조무사 A씨는 원장의 갑질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다. 원장은 직원들 군기를 잡는다며 매일 소리를 질렀다. 머리가 나쁘다는 둥 인신공격에 시달리는 A씨는 “자존감이 땅에 떨어져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비정규직인 B씨는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 상사는 “말을 잘 들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했다. 참다못한 B씨가 회사에 신고해 상사는 다른 지역으로 발령났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가해자와 친한 다른 상사의 보복성 괴롭힘이 시작됐다. B씨에 대한 험담을 사내에 퍼뜨리고 B씨에게만 업무를 공유해주지 않았다.

C씨가 일하는 소규모 가족회사에서는 대표이사 사위의 횡포 때문에 최근 1년간 20명 넘는 직원이 일을 그만뒀다. 본인의 일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면서 정작 과중한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하려고 하면 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못하게 했다. 입만 열면 폭언과 협박이 이어져 C씨는 스트레스로 입원까지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오는 16일로 시행 1년6개월을 맞는다. 하지만 직장인 3명 중 1명 이상은 여전히 일터에서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2~29일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비정규직, 여성, 소규모 사업장, 저소득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됐다.

직장인 34.1%가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비정규직(36.0%)이 정규직(32.8%)보다, 생산직·서비스직 등 비사무직(35.6%)이 사무직(32.6%)보다 응답률이 높았다. 젊을수록 피해를 겪었다는 응답이 많았다(20대 38.8%, 50대 27.3%).

괴롭힘 유형은 모욕·명예훼손(23.4%), 부당지시(18.8%), 업무 외 강요(15.2%), 따돌림·차별(13.5%), 폭행·폭언(12.7%) 순이었다. 괴롭힘 경험 후 신고를 했다는 답변은 2.6%에 불과했다. 그나마 신고자 절반 이상은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고, 69.2%는 신고를 이유로 징계, 따돌림, 해고 등 불이익을 겪었다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중 37.5%는 괴롭힘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57.1%), 월 임금 150만원 미만(55.0%), 비정규직(47.9%), 비사무직(42.1%), 여성(41.3%)에서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평균보다 높았다.

취약층 노동자가 더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이들은 정작 괴롭힘 금지법을 잘 모르거나 교육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 3명 중 2명(67.5%)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알고 있었는데, 비정규직(56.5%), 150만원 미만(57.0%)은 인지율이 평균보다 10%포인트 넘게 낮았다. 전체의 절반가량(46.5%)이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5인 미만(20.0%), 150만원 미만(24.2%), 비정규직(32.8%), 비사무직(37.6%), 무노조(39.3%), 여성(41.5%)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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