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 대책으로 '학대사건 전담부서' 만든다
[경향신문]
경찰이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으로 전국의 학대사건을 총괄하는 ‘학대정책계’를 신설한다. 2회 이상 신고된 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가·피해자를 분리하고 내사에 착수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또 아동 출입이 잦은 약국·편의점 등과 연계해 시민들의 아동학대 감시를 강화하고, 현장 경찰관이 적극적 법 집행에 나서도 민형사 소송에 노출되지 않게 면책 규정도 도입한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학대 전담부서 신설 등을 반기면서도 아동보호 쉼터 확대 등 다른 제도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회 이상 신고 접수 사건은
가·피해자 즉각 분리, 내사
최초 담당 수사팀에 배당
“아동보호 쉼터 확충 필요”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경찰은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경찰청에 학대 예방과 피해 아동 보호를 전담하는 학대정책계를 신설한다. 2회 이상 신고된 학대 사건은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6개월마다 지방자치단체·아동보호전담기관과 합동으로 학대 사건 전수점검을 진행한다. 아동과 접촉이 잦은 전국의 2만3000여개 약국과 4만여개 편의점으로 감시망도 넓힌다. 경찰의 학대예방경찰관(APO) 시스템을 보건복지부의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과 연계해 부처 간 정보 공유도 활성화한다.
수사역량도 대폭 강화한다. 일선 경찰서에 2회 이상 신고된 학대 사건은 최초 담당 수사팀에 배당된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3차례에 걸쳐 경찰 신고가 접수됐지만, 번번이 다른 수사팀에 배정돼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초동수사 시 관련자 대면조사로 진술을 확보하고 폐쇄회로(CC)TV 등 물증 확보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또 기피 보직으로 꼽히는 학대예방경찰관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를 확대해 장기 근무를 유도한다.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심리학·사회복지학 등 관련 학위 취득도 지원한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학대예방경찰관은 628명으로 경찰서당 2~3명에 불과하고 보직이 자주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경찰관들의 출입조사권을 강화하고 민형사 책임을 경감해주는 규정도 도입한다. 아동학대 피해 사실을 당장 알기 어려운 경우라도 학대 의심 신고가 ‘2회 이상’ 있고 ‘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경찰관이 보호조치를 집행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대응체계의 실효적인 작동과 함께 아동보호 쉼터 확충 등 다른 제도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주은 변호사는 “전담부서를 만드는 것은 좋지만 경찰의 순환 보직 시스템 때문에 담당자가 계속 바뀌는 게 근본 문제”라며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피해 아동 분리 보호를 적극 추진해도 지금처럼 아동보호 쉼터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현장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많은 정책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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