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당 추천인사 검증 실패,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경향신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으로 지난 8일 국회에서 선출된 정진경 변호사가 하루 만에 사퇴했다. 정 변호사를 위원으로 추천한 국민의힘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법학대학원 교수 시절 여학생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대학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전력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가, 그것도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226명의 찬성 표를 얻어 선출된 후 벌어진 일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국회의 위상까지 훼손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한심한 것은 변명이다. 김예령 대변인은 “그걸 알았다면 사전에 조치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검증 부족을 시인했으니 당은 잘못이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당시 이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걸러지지 않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비슷한 사건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공수처는 괴물”이라고 표현한 석동현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 논란이 됐다.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 왜곡 발언을 한 인물들을 5·18진상규명 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자당의 입맛에 맞는 후보만 찾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후보 검증 실패는 야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몫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선정한 장성근 변호사가 ‘n번방’ 피의자의 변호를 맡은 것이 알려지자 사임했다.
현재 100명이 넘는 주요 공직 인사가 정당 몫의 추천을 받아 선출 또는 위촉·지명된다. 하지만 추천 후 인사청문회 등의 검증 과정이 없는 경우라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정당이 추천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할 이유이다. 정당들은 주요 공직이나 위원회 위원 추천을 위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추천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허술한 검증 시스템과 ‘깜깜이 추천’으로 정당 추천 인사들이 계속 낙마하는 사례는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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