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무력 강화' 선언한 북한, 한·미 지혜로운 대응 절실하다
[경향신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미국에 대해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내세우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남측에 대해서는 무력 증강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남북 간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새로운 대미·대남 정책을 내놓는 대신 두 나라의 대북 정책 변화를 먼저 요구하며 공을 넘긴 것이다.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를 명시했으며, 다양한 핵무기 개발과 핵잠수함 및 극초음속 무기개발 추진 계획을 공개한 것도 심상치 않다.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강경한 대외기조가 우려스럽다.
북한은 우선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외 정치활동의 초점이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있다”며 대미 강경 자세를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한 데는 냉기마저 느껴진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비쳤다.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북·미 비핵화 협상’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남측에 대해서도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남측이 제안한 방역·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등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깎아내렸다.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놓긴 했지만 남측의 태도변화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장 오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올해 한반도 정세의 1차 고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포함해 국방력 강화를 천명한 점이다. ‘게임체인저’인 핵추진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공개 천명하고 소형·개량화된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1만5000㎞ 사정권의 표적에 대한 명중률을 높이겠다고 한 것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뜻이다.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개발도 대미 공격능력 증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유지해온 ‘핵·미사일 시험 동결’을 종결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기도 하다. 모두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와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평화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접근법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핵개발과 군비증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강 대 강, 선 대 선’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속내는 상호존중하에 진지한 대화를 원하는 것임을 간파해야 한다. 한·미 양국의 지혜로운 대응이 절실해졌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른 시기에 대북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대북 정책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한·미 양국 정부는 새로운 대북 정책 수립을 위한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3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포함해 한반도 정세안정을 위한 협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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