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SK의 첫 우승을 이끈 재키 존스 (2)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0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지난 바스켓코리아 웹진 11월호에는 ‘슈퍼 팀’ 현대의 마지막 퍼즐, 재키 존스를 기고했다. 해당 호에는 재키 존스의 대전 현대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페이지가 한정된 탓에 현대에서 SK로 트레이드된 뒤의 일화를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12월호에는 존스의 그 이후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청주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작성하다
재키 존스는 시즌을 앞두고 현대와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존스가 1999-2000시즌 입은 유니폼은 현대의 것이 아니었다. 시즌 직전 로렌조 홀과 트레이드되며 청주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되었다.
SK는 서장훈, 현주엽과 함께 존스를 영입하면서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하게 되었다. 2m 가까운 선수들이 모인 장신 군단, 거기에 모두 외곽슛을 갖춘 선수들이기에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이는 시즌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SK는 초반 17경기에서 13승을 챙기며 선두를 차지했다. 존스는 1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SK의 질주를 이끌었다. 서장훈과 현주엽, 존스라는 든든한 삼인방에 슈퍼 루키 황성인의 활약도 더해지며 SK는 단숨에 우승권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봤을 때만 그랬다. 서장훈과 현주엽은 포지션 중복이라는 문제 탓에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 고민하던 최인선 감독은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현주엽을 트레이드한다는 깜짝 소식을 발표했다. 받아온 선수는 당시 신인이던 조상현 현 국가대표팀 코치. 현금까지 받아오며 현주엽을 넘겨준 것이다.
파격적인 결단이었지만, SK는 똑같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현주엽 트레이드 이후 6연승을 달리며 1위를 고수했다. 서장훈의 득점력은 더 폭발적이었으며, 슈퍼 루키 조상현의 활약도 놀라웠다. 그사이 재키 존스는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SK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SK는 1월 중순 6경기에서 1승 5패를 기록하며 1위를 현대에게 내줬고, 이후 2위에만 머물며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열린 플레이오프. SK와 맞붙은 팀은 수원 삼성이었다. 기아를 누르고 올라온 삼성의 기세도 좋았지만, SK는 매우 강력했다. 특히, 로데릭 하니발이 골밑을 지배하며 3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챙겼다. 존스는 이를 도우며 준수한 활약을 남겼고, 두 번째 챔프전에 오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결승 상대는 존스의 전 소속팀인 대전 현대. 존스는 트레이드된 설움을 풀기라도 하듯 연일 맹활약을 펼쳤다. 존스는 서장훈과 힘을 합쳐 맥도웰이 버티는 현대를 무참히 눌렀다. 6경기 평균 18.2점 13.8리바운드 3.7스틸 3.3어시스트를 기록한 존스의 활약에 힘입어 SK는 4승 2패로, 현대를 누르며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트레이드 된 팀에서 전 소속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존스. 마치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쓴 존스는 KBL 두 번째 시즌 만에 자신의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재키 존스, 청주에서의 두 번째 시즌
SK는 당연히 우승메이커인 존스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하니발도 붙잡으며 외국 선수 듀오를 모두 자리에 앉혔다. 황성인이 군 입대로 이탈했지만, 새로운 신인 임재현이 등장했으며, 조상현과 서장훈도 건재했다. 이제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력을 보여줄 일만 남았었다.
그러나 두 해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SK는 시즌 초반 15경기에서 6승 9패를 올리는 부진에 빠졌다. 전년과 다르게 외곽이 부진한 게 가장 아쉬웠다. 황성인이 빠진 것도 원인이었으나, 존스도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SK의 골머리만 아프게 했다.
서장훈 마저 부상으로 팀을 이탈하며 SK의 부진이 길어질 것 같았던 시점. 거짓말 같이 하니발과 존스의 활약이 살아났다. 두 선수는 공수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쳤고, SK는 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간 SK는 9승 2패를 올리면서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한 번 오른 기세는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고, SK는 3위를 지켜내며 플레이오프를 맞이했다. 시즌 초반 불안한 출발을 딛고 올린 성과였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만나 상대는 대전 현대. 전 시즌 챔프전에서 만났던 두 팀이 6강에서 리 매치를 갖게 된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SK는 현대를 두 번 모두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1차전 2점을 올린 존스는 2차전, 17점 15리바운드와 더불어 결정적인 스틸을 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다시 한번 우승을 노리는 SK는 창원 LG와 만났다. 두 팀은 2승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운명의 5차전, 10점차로 뒤지고 있던 SK는 후반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그때 존스가 LG의 대릴 프루에게 주먹으로 치는 듯한 행동을 했다. 이후 존스는 즉시 퇴장 조치되었고, SK는 그렇게 무너지며 시즌을 마감했다.
존스의 이러한 행동은 시즌 때도 어느 정도 조짐이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까지 존스가 흥분하자 SK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SK와 존스의 동행은 여기까지였다.
존스와 KCC의 재결합, 그리고 최악의 결말
존스는 시즌이 끝난 뒤 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외국 선수 한 명의 존재가 중요한 KBL에 그런 존스를 영입할 팀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KBL 첫해를 함께 했던 KCC(전 대전 현대)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맥도웰과 존스의 조합이 다시 발동된 것이다.
KBL은 존스에 대한 심사를 다시 진행했고, 3경기 출전 정지로 완화했다. 하지만 존스가 없던 3경기 KCC는 전패를 당했다. 존스가 합류했으나, 다시 무릎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하면서 패배를 거듭했다. 정규시즌 중반 KCC의 성적은 12승 21패. 봄 농구는 희망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KCC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남은 21경기에서 18승을 챙겼다. 이상민-추승균-양희승의 시너지가 나왔고, 존스도 부상에서 돌아와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제런 콥의 합류도 신의 한 수였다.
거짓말 같은 질주를 선보인 KCC는 3위까지 오르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열린 플레이오프. KCC는 안양 SBS를 손쉽게 꺾으며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4강 맞대결 팀은 서울 SK. 운명의 장난이었다. 직전 두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팀이 또 만난 것이다. 이번에는 존스가 다시 현대로 이동한 것도 흥미 포인트였다.
양 팀은 이번 시리즈에도 명승부를 펼쳤다. 2차례씩 승리를 나눠 가지며 5차전까지 가게 되었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두 팀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석주일의 결승 3점으로 SK가 웃은 채 끝나게 되었고, KCC의 다이내믹했던 2000-2001시즌은 그렇게 끝이 났다.
시즌을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가려던 존스. 그러나 그가 발견된 곳은 공항이 아닌 경찰서였다. 4월 중순경 이태원에서 해시시 흡입 및 소지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결국 존스는 재계약 불가는 물론, 향후 5년간 트라이아웃 참가 불가라는 징계를 받았다.
KBL에 있는 4년 동안 2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존스는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했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김영훈 기자 kim95yh@basketkorea.com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