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끓는 '빚투' 행렬.. "마이너스 통장 개설 2배 늘었다"

곽주현 2021. 1.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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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굳게 닫혔던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자마자 은행권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통상 1월 초에는 신용대출 수요가 늘기보다는 연말 성과급을 넣어두면서 예·적금 잔액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11일부터 판매 중단했던 비대면 신용대출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7일부터 재개했으며, 하나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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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비트코인 내달리자 '패닉 대출'
5일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부를 찾은 고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말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던 은행권이 중단했던 비대면 신용대출을 속속 재개하고,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 최대한도 축소 조치를 일부 완화하는 등 연초 은행 대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연말 굳게 닫혔던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자마자 은행권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연초부터 들끓는 주식과 가상화폐의 움직임 속에 자산을 불릴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빚투(빚을 내서 투자)' 행렬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1,015억원으로 지난해 12월 31일(133조6,482억원)과 비교해 4,534억원 늘었다. 불과 4 영업일 만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443억원)했던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엄청난 증가세다.

'마이너스 통장'의 계좌 증가세도 무섭다. 새해 들어 신규 마이너스 통장은 매일 1,800~2,000건 개설돼 지난달 말(1,048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마이너스 통장 잔액도 2,411억원이나 불었다.

연초부터 이 같은 증가세는 이례적이다. 통상 1월 초에는 신용대출 수요가 늘기보다는 연말 성과급을 넣어두면서 예·적금 잔액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용대출 증가세를 '패닉 대출'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어진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학습한 수요자들이 '될 때 받아두자'는 심리로 마이너스 통장 개설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새해 단숨에 3,000포인트를 돌파한 코스피나 열흘 만에 1,000만원씩 뛰어 오르는 비트코인 등 투자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빚투' 심리를 자극한 것도 큰 이유다.

시중은행이 연말 대출총량 관리를 위해 막아뒀던 대출 창구를 연초부터 다시 활짝 열면서 누적돼 온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11일부터 판매 중단했던 비대면 신용대출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7일부터 재개했으며, 하나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4일부터 막아뒀던 신용대출 상품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고, NH농협은행은 낮췄던 신용대출 상품 한도를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막혀있던 둑이 터지듯이 신용대출 수요가 단기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 하반기만큼 대출 증가세가 폭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은행권에 월 신용대출 증가액 한도를 2조원으로 한정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를 한정하는 규제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가계 신용대출 총량 관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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