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K기업군단, '디지털 대항해' 닻을 올려라

안경애 2021. 1. 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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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15~16세기 대항해시대는 세계사에서 현대문명 발달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이전까지 한정된 국가와만 교역하며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각 문명권이 바닷길로 연결되면서 과거에 없던 글로벌 무역·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진 덕분이다. 미지의 세상에서 부와 기회를 잡기 위해 탐험가들은 고도로 발달한 항해술에다 수학, 지리학, 조선기술, 천문학까지 총동원했다. 부족한 기술은 성공할 때까지 매달려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중국의 나침반, 이슬람의 삼각돛 범선까지 앞선 외부 기술을 과감하게 채택했다.

그들의 도전은 문명사를 바꿨다. 대륙 간 대규모 무역은 엄청난 부를 만들어냈고, 커진 자본과 투자 생태계는 주식회사, 보험, 은행 등 금융산업을 태동시켰다. 축적된 자본은 과학기술 투자로 연결되고 증기기관, 방적기, 철도 등이 발명되면서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기회의 땅을 찾아 나선 모험가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나비효과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거침없는 신사업 행보에서 600년 전 탐험가들의 도전을 연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15세기 도전이 바다에서 일어났다면 21세기 문명사 변화는 디지털에서 일어날 게 확실하다. 우리 기업들은 '디지털 대항해시대' 개척에 세계 어떤 기업들보다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가장 폭발적 변화가 기대되는 영역은 미래 자동차다. 자율주행과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 차량공유라는 거대한 흐름이 맞물리면서 폭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래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 기기이자 에너지 플랫폼이 될 것이다.

연말과 연초 국내 기업들의 행보는 좇아 가기 숨 가쁠 정도다. 현대·기아차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이길 거부한다. 'E-GMP'를 통해 미래차 플랫폼을 내놓은 데 이어 세계적인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우버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에서 협력하면서 자동차를 뛰어넘는 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5위, 수소차 1위 등 친환경차 분야 지위도 탄탄하다.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애플이 현대차를 파트너로 검토하는 것은 모빌리티 전 영역을 아우르는 혁신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삼성, SK, LG도 자동차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회사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자동차를 제3의 생활공간으로 변화시킨 디지털 콕핏 2021을 공개했다. 자동차가 원격업무, 엔터테인먼트, 헬스, 스튜디오 등으로 활용되는 '공간혁명'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비대면 업무·생활 시대에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업무·생활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SK텔레콤은 우버, LG전자는 캐나다 마그나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 미래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들 4대 그룹이 단독 플레이와 팀 플레이를 동시에 펼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삼성SDI를 선정하고, 작년부터 4대 그룹 총수들이 연쇄회동을 가지며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자동차부터 반도체, 배터리, 통신, 전장부품을 아우르는 기술융합이 필요한 만큼 오픈 이노베이션은 필수다.

스마트폰보다 훨씬 큰 자동차 산업에서 'K기업군단'이 주인공이 될 기회다. 중간재 수출로 주로 성장해온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핵심 산업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한국경제가 또 한번의 도약을 이뤄낼 변곡점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기업들의 R&D가 위축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팬데믹에 잘 대응하며 혁신을 이어간 게 두고두고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고,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고공행진 하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드' 대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열릴 것을 예고한다.

대항해시대는 향신료 등 물자교역의 길을 열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영토 개척과 인구 대이동으로 연결되면서 세계지도를 다시 그리는 문명사적 변화로 이어졌다. 신축년 새해,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한 K기업군단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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