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올라운드 플레이어' 될 것"
DNA 백신, 보관·운송 용이하고 부작용 없어
mRNA, 플라스미드 대량생산 시설 구축 중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코로나19 예방약, 백신, 치료제가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해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유전자 치료제와 코로나19 백신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DNA 플라스미드 생산 시설도 구축 중이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011000) 대표(사진)는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부터 생산까지 가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회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GLS-1027’와 코에 뿌리는 예방약 ‘GLS-1200’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임상 1·2a상을 승인받아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회사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S-1027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염증을 억제해 경증이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다.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승인받았고 국내 기관과도 함께 임상을 진행하면서 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경구용으로 개발돼 복용이 편리한 것은 물론 항체치료제와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 때문에 사망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바이러스와 우리 몸이 싸우다가 사이토카인 폭풍(과잉 면역·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그 염증이 확산돼 사망에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면 일주일 정도는 수치가 증폭되다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면서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가 침투된 후 일주일 안에 맞아야 효과가 있지만 증상이 발현됐을때는 이미 타이밍이 지난 경우가 많아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중증환자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덱사메타손과 비교해도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덱사메타손이 염증을 개선하는데는 효과가 있지만 면역세포까지 억제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다”면서 “GLS-1027은 면역세포는 건드리지 않은 채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스테로이드가 포함돼 있지 않아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는 축농증 치료 후보물질이던 GLS-1200을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약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코 상피세포 내 수용체를 자극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할 수 있는 산화질소를 생성하는 형식이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예방약은 독감 예방약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DNA 백신이 현존 mRNA 백신이나 바이러스벡터 백신보다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mRNA은 불안정한 성질 때문에 지질 성분의 리피드 나노 파티클(Lipid Nano Particle)로 씌워져 있는데 이 LNP가 백신 부작용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분해되기 쉬운 탓에 영하 20~70도 초저온 환경에서 운송·보관해야 한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상온에서도 쉽게 분해되지 않아 보관이 용이하다. 다만 사람이나 침팬지의 바이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입 후 한 번 면역이 형성되지 않으면 재차 접종을 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DNA 방식은 DNA를 직접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을 만들어낸다. 영상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 접종 후 피부에 전기천공기로 자극을 줘야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진원생명과학은 이 같은 접종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mRNA의 LNP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 중 하나이며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여러 번 접종을 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면서 “DNA 백신은 37~40도까지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후진국에서도 보관·운송이 용이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도 코드를 바꿔 수 주 이내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은 “기존 DNA 백신 접종 방법으로 쓰였던 전기자극 방식은 가격이 비싸고 고통도 있었다”면서 “회사가 개발한 피부자극 방법이 있는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전기천공과 비슷한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미 감염병 백신을 개발해 본 경험이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때부터 백신을 개발해 임상 2상 결과까지 내놨다. 메르스가 재유행할 경우 바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부터 백신 생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미국에 약 6800평 규모 플라스미드 DNA와 mRNA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원료 대량생산이 가능한 회사가 거의 없는 만큼 다국적 제약사의 요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기존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 어떤 백신이 어떤 사람에게 좋을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향후 수십 개의 백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백신 게임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왕해나 (haena0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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