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에 게임업계 호황?.. "부익부 빈익빈 되레 심화"

김건호 2021. 1. 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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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 실태조사
100~299인 중견개발사 매출 크게 올라
직원 임금 인상.. 전망·만족도 '긍정적'
5인 미만 업체는 투자 중단 등 자금난
월급 밀려 인력도 감축.. 존폐 기로에
"가능성 있는 소규모 개발사 지원 필요"
“코로나19 덕에 매출 고공행진이란 이야긴 남의 얘기입니다.”

10일 서울 구로에서 소형 게임 개발사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최근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대형 게임사들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우리 같은 인디 게임사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필수 개발자들을 제외하고는 인력 감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게임 산업에 수혜를 줬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개발사 규모별로 온도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게임사들과 달리 소형 게임 개발사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생존을 위협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게임 개발사 ‘부익부 빈익빈’

1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형 또는 인디 개발사로 분류할 수 있는 5인 미만, 5~9인으로 구성된 대부분 게임사는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의 상황이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으로 코로나19가 게임 산업 종사자에게 미친 영향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긍정의 정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 직업 만족도(65.4점),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기대 및 전망(65.1점),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60.7점) 순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속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직업만족도와 게임에 대한 인식·태도 등이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반면 5인 미만 게임사 소속 종사자들의 경우 양 지표 모두 상대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약하게 나타났다.
콘진원은 매출과 인력 고용, 투자 및 자금 조달, 신규 사업기회 등 요소를 기준으로 코로나19가 게임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100~299명 규모의 게임사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매출 증가 점수가 75.8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50~99인 규모는 55.1점, 300인 이상은 50점을 기록했다. 규모가 50~299명의 중소 개발사들이 상대적으로 매출 상승 폭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소형 또는 인디 개발사로 구분할 수 있는 게임사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성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5~49인 개발사는 12.7점에 그쳤고, 특히 5인 미만 개발사의 경우 점수가 -12.4점으로 오히려 회사 상황이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 직원의 임금·보수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299인 게임사는 59.1점으로 가장 높아 전반적으로 임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50~99인의 게임사 43.1점, 300인 이상은 32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5~49인 게임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12.6점으로 집계됐고, 5인 미만 게임사는 -16.4점을 기록,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단이 확인한 한 스타트업 게임개발사는 투자를 추진하려던 시점에 코로나19가 발생해 회사가 자금난에 빠졌고, 현재는 급여가 밀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크런치모드’ 줄었지만 인디게임사는 자금난

코로나19 여파로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노동강도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게임 분야 종사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2.7시간이었으며, 주 52시간을 초과한 비율은 0.9%였다. 2019년과 비교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3.8시간가량 줄었고, 주 52시간 초과 근무 비중도 14.5% 감소했다.
크런치 모드 경험률도 2019년 60.6%에 비해 크게 줄어든 23.7%로 나타났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업계에서 게임 출시 등을 앞두고 야근, 주말 근무 등 장시간 근무를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크런치 모드가 시작되면 평균 7.5일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2019년 16일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기간이다.

게임업계는 상당한 근무 강도로 유명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지나친 초과근무로 관련 업계 개발자들이 잇따라 과로사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8년 잇따라 노조가 설립된 이유 중 하나도 업계의 장시간 근무 관행에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든데는 코로나19로 개발 중인 게임의 제작 및 발매가 연기되거나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등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게임제작 사업 기회 자체가 축소되거나 프로젝트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체 소속 종사자들의 경우 주당 비공식적인 노동시간이 5.2시간에 달했다. 소형 게임사의 경우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및 온라인 협업도구 사용 등이 크게 증가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원하기 힘든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필수 개발진이 재택근무에 들어갈 경우 오히려 임금이 상승하게 돼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코로나19 이후 게임업계가 수혜를 입었다고 하지만 ‘부자만 더 부자가 되었을 뿐’ 중소기업들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의성에 뿌리를 둔 소규모 개발사들의 인디게임이 글로벌에서 성공하기 위해 코로나19로 인한 소형 개발사들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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