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어른을 위한 동화 '소울', 거창한 꿈 없어도..인생은 의미 있다
추락사고로 영혼 세상에 살게돼
삶 목적·열정 의미 되묻는 수작
美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 점처져
뉴욕중학교에서 기간제 음악교사로 일하는 '조'. 내로라하는 재즈밴드에서 연주하며 사는 게 꿈이다. 아이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가르치면서도 거물 뮤지션의 길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학교에서 건강보험과 연금을 보장받는 정규직 제안을 받던 날, 그는 꿈에 그리던 재즈밴드와 한 무대에 설 제안을 받는다.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절망이 따라붙기 마련. 기쁨에 겨워 춤추다 맨홀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 그는 태어나지 않은 아기 영혼이 모이는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향한다. 아기 영혼에게 감정과 관심사를 훈육하는 멘토가 된 것이다.
조의 멘티는 영원한 유급생 '22'다. 22에게는 지구가 너무 지루하고, 너무 시끄럽다. 멘토였던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도, 비폭력 평화주의자 마하트마 간디도 그의 훈육을 포기했다. 테레사 수녀는 그 앞에서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구제불능 22를 지구로 보내기 위해 긴급 투입된 조는 열정을 찾아줄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살아나 유명 재즈가수가 될 수 있을까.
피트 닥터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아들 니컬러스를 키우면서 "그의 성격은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형성된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일면서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호기심을 배운 영혼은 개구쟁이로, 냉정을 학습한 영혼은 매사에 냉소적인 아이가 된다. 닥터 감독은 전작 '인사이드 아웃'은 사춘기를 겪는 딸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좋은 영화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라는 방정식을 따른 것이다. 인종적 다양성이 빛난다. 픽사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이다. 영화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이미 폭스가 조 역할을 맡았다. 한국인을 위한 소소한 재미도 곳곳에 숨었다. 불현듯 한국어 대사가 튀어나오고, 배경 간판에 '호호만두' 같은 간판이 나타난다. 이번 작품에는 픽사의 대표 애니메이터로 활약하는 한국인 김재형이 참여했다.
메시지가 좋고, 만듦새가 탄탄한 덕분에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닥터 감독은 이미 2010년 작품 '업'과 2016년 작품 '인사이드 아웃'으로 두 차례 미국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소울'로 수상하면 사상 최초 3관왕의 영예를 안게 된다. '소울'은 뚜렷한 목적과 야망 없이도 인생은 그저 그대로 가치가 있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지구에 흥미가 없던 22가 영감을 찾은 것 역시 피자 한 조각, 바라보기 좋은 청명한 하늘이었다.
호평이 쏟아지는 이유도 권선징악풍의 어린이 영화를 답습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시시하다"고 하겠지만, 하루를 힘겹게 버티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픽사 스튜디오는 우리에게 늘 이렇게 말해왔다. '인간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Alienus Non Diutius).' 개봉은 20일.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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