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순직 인정에도.. 11년 째 병원 못 떠난 '의경 시신'

권구성 2021. 1. 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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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의경의 시신이 10년째 병원에 안치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경찰이 순직 처리 후 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신은 여전히 병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관련 절차가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A씨 같은 경우가 없어 관련 규정이 없다"며 "안치료 문제도 유족 측이 처리해야 한다. 순직 처리 시 경찰에서는 장제비 567만원만 지급된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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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년 만에 가혹행위 인정
警, 현충원 안장 지원 밝혔지만
"유족과 연락 안 돼" 장례 미뤄져
안치료 2억.. 장제비 567만원뿐
"유족 접촉 적극적으로 나서야"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 의경의 시신이 10년째 병원에 안치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경찰이 순직 처리 후 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신은 여전히 병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족 측이 연락이 닿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절차가 지지부진한 사이 시신은 차가운 냉동고에 11년째 방치돼 있다. 미납된 시신 안치료만 2억원이 넘는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9월 전공사상 심사위원회를 통해 2010년 사망한 의경 A(당시 20세)씨의 순직을 결정했다. A씨는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근무 중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의경으로 군 복무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이었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결론 내렸으나 유족 측은 ‘가혹 행위가 있었다. 경찰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재조사와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다. 유족 측이 사건이 규명될 때까지 장례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A씨의 시신은 인천 길병원의 시신 안치실에 남았다.

사건 규명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사이 10년이 지났고, 지난해 1월 A씨의 시신이 10년째 병원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3∼7월 A씨의 죽음을 재조사했으며, 경찰은 부대 내 가혹 행위 등으로 생긴 우울증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10년 전과 달리 의경 순직 규정에 ‘공무상 인과관계 있는 정신 질환이 발현돼 사망하는 경우’가 포함돼 순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경찰이 A씨를 순직 처리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경찰은 “유가족에게 순직 결정을 알렸다”며 “현충원 안장을 위한 신청 절차 등을 안내하는 등 장례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나도록 상황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족 측과 접촉이 어려워 현충원 안장이 미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충원 안장을 위해서는 유족이 직접 보훈처에 신청해야 하는데, 유족 측과 연락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측과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연고자가 아닌 이상 절차를 생략하거나 대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난감한 것은 병원이다. 길병원에는 시신 2구를 안치할 냉장고 8기가 있지만, A씨의 시신이 있는 냉장고는 사용하지 못해 현재 7기만 사용 중이다. 하루 6만원인 시신 안치료는 11년간 2억4000만원으로 불어났다. 병원 관계자는 “A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고려해 유족 측이 원한다면 안치료 문제를 전향적으로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협의를 위해서는 유족을 만나야 하는데, 접촉 자체가 어려워 안타깝다”고 밝혔다.

경찰이 재조사와 순직 결정에 10년이란 시간을 보낸 만큼 유족 접촉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경찰은 지난해 순직 처리 후 “10년여 만에 순직 결정이 나온 만큼 유족 측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관련 절차가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A씨 같은 경우가 없어 관련 규정이 없다”며 “안치료 문제도 유족 측이 처리해야 한다. 순직 처리 시 경찰에서는 장제비 567만원만 지급된다”고만 밝혔다.

현재로서는 유족이 나서지 않으면 A씨의 시신을 현충원에 안장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A씨의 시신은 오랜 기간 냉동고에 있어 반미라 상태로 전해졌다. 현충원 관계자는 “무연고자의 경우 경찰과 보훈처의 협조로 안장이 이뤄지지만, 가족이 있는 경우 유족이 신청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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