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깰래요"..뭉칫돈 증시로 몰린다

김기철,김혜순,신유경,김규식 입력 2021. 1. 10. 18:15 수정 2021. 1. 1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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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선호 자산가들도 공격적 주식투자로 전환
개인 신용대출 건수는 작년 2배 수준으로 급증

◆ 질주하는 한국증시 ◆

고액 자산가 A씨는 예금과 채권 위주로 20억원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주식투자를 결심했다. 본인의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2억~3억원의 뭉칫돈을 주식시장에 넣어달라고 은행 프라이빗뱅커(PB)에게 최근 문의한 것이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했던 고령층이나 일반 법인까지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이들의 투자 성향이 한층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연 2~3% 금리를 보장해주는 단기 채권이 과거에는 인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관심이 뚝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한국 증시가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자 안전 위주 성향인 자산가들마저 더 큰 수익률을 좇아 증시로 합류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이 촉발되면서 정기예금이 줄어드는 현상은 작년 통계에서도 포착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정기예금 규모(누적 기준)는 741조4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조1000억원가량 줄었다.

코스피는 지난 한 주 동안 '역대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 8일 3152.18로 마감한 코스피는 한 주간 278.71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주간 상승률 9.7%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최고치다.

시중 유동자금은 증시로 속속 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올 들어 4영업일 만에 4533억원 급증했다. 막혔던 신용대출 빗장이 열리고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빚투(빚을 내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이너스 통장 발급 건수도 같은 기간 7000건에 육박하면서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은 7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 수준에 달할 만큼 증시 주변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자금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1년 증시는 경기 회복 가능성에 유동성 힘까지 더해져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면서도 "낙관적 기대가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고 단기 급등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 조정 압력이 잠재해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김혜순 기자]


삼성전자에 빠진 동학개미…개인 비중, 기관 제쳤다

올해 들어 2조원어치 사들여
개인 지분율 사상 첫 7% 돌파
사상 최초로 기관보다 더 많아

주식 직접 투자하는 비중 늘며
펀드 설정액 작년 17.4조 빠져
키움證 신규계좌 하루 2.7만개

서울 반포동에 사는 변호사 오 모씨(37)는 최근 주식 계좌를 처음으로 개설했다. 2018년 큰맘 먹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아파트를 샀지만, 매달 300만원 넘는 이자라도 벌자는 생각 때문이다.

오씨는 "펀드는 믿을 수 없고 부동산에 또다시 투자하려니 세금 부담 때문에 겁난다"면서 "강남 아파트와 삼성전자는 절대로 손해 볼 일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은 상황이 나빠질 것 같으면 바로 팔면 되니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개인들이 '한국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은 2억206만4917주였다. 2019년 말 삼성전자의 개인 주주 지분율은 3.6%였다. 이게 1년여 만에 7%(추정)로 부쩍 올라선 것이다. 개인은 올해 들어서만 삼성전자를 2조539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기관투자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8.7%에서 6.8%(추정)로 떨어졌다. 이는 삼성전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수치로 다른 연기금과 국내 기관을 합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개인이 국내 기관보다 삼성전자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의 지분율은 55.9%에서 54.3%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장의성 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서초WM 선임매니저는 "올해 들어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 10명 중 9명은 주식 직접투자를 문의한다"며 "처음 방문하는 고객들 대부분은 '삼성전자를 지금이라도 사도 되느냐'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 급등세를 지속하자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기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저점 대비 116% 급등하면서 '막차라도 올라타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개설된 신규 주식 계좌는 14만5603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2만7560개가 개설된 것인데, 지난해 연평균 대비 무려 201.9% 폭증한 수치다. 정연규 삼성증권 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자산가들이 지난해부터 신규 투자는 주식으로 채우고 있다"면서 "지난해 코스피가 바로 반등한 경험을 하면서 주식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증권사 지점을 잇달아 노크하고 있다.

장 선임매니저는 "개별 종목을 분석하기 어려운 고객들은 '랩 어카운트'를 개설해 프라이빗뱅커(PB)와 상담하고 투자하는 편"이라며 "노년층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코스닥 버블을 거치면서 주식을 직접 사는 것을 부정적으로 봤는데 이런 분위기는 최근 들어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발표하기 전까지 미래에셋대우 일부 지점에서는 노년층 고객들이 번호표를 뽑아가면서 계좌를 개설했다. 이는 지난해 '라임 사태'로 펀드 투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연간 3~4%가량 수익률을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투자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증권업계는 전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38조8987억원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무려 17조4400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지난해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63조7000억원을 순매수한 점을 감안하면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로 대규모 자금 이동이 일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액이 9조5952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우 순매수액(6조1013억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만 15조7000억원어치 사들인 셈이다.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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