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퇴임 열흘' 앞둔 트럼프 탄핵 나선 진짜 이유

이준기 입력 2021. 1. 10. 18:04 수정 2021. 1. 1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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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0만표' 트럼프의 힘 무시 못 해..재집권 땐 보복 우려
당장 11일 탄핵 추진..아예 재집권의 싹 밟아놓으려는 듯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했던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가 체포됐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뉴욕=김정남 특파원] 오는 20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행정부와 상·하원 의회권력까지 모조리 거머쥐게 된 미국 민주당이 11일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재추진한다.

최근 조지아주(州)의 ‘11.3 대선결과 뒤집기’ 전화압박 파문과 초유의 ‘의회 난입사태’만으로도 탄핵의 정당성이 갖춰졌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열흘 뿐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도 민주당이 탄핵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2024년 대권 재도전을 목표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가로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사진=AFP
임기 열흘 남은 트럼프 탄핵, 왜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테드 리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같은 당 데이비드 시실린(로드아일랜드)·제이미 라스킨(메릴랜드) 의원과 함께 트럼프 탄핵안 작성을 사실상 완료했다. 전날(8일) 당내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이미 이날 오후까지 180여 명의 하원의원을 공동 발의자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왼쪽) 대통령에 대한 탄핵 혐의는 ‘반란 선동’이다. 지난 2일 브래드 래펜스 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 전화를 넣어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충분한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한 사실, 지난 6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 당시 일어난 의사당 난입 사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 체제의 무결성을 위협했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했으며 정부 기관을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이미 열흘 뒤인 20일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데, 굳이 혼란상을 부추길 탄핵까지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권교체기 코로나19 대응 등 부처 간 난맥상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탄핵이 되레 새 정부의 국민통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마저 “트럼프 대통령을 내보내는 최선의 길은 내가 20일 취임하는 것”이라며 탄핵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미국의 탄핵 절차는 복잡하다. 하원이 탄핵소추를 하면 상원이 탄핵심판을 맡는 구조다. 하원은 과반수 찬성으로 소추할 수 있으며, 상원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을 가결할 수 있다. 여기에 증인 청문회 등 통상적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이 소추안을 ‘신속 처리’로 분류한다고 해도, 상원 일정상 퇴임 전 심판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4년 후 재도전 씨 밟겠다’ 의지

그럼에도,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재도전의 싹을 밟아버리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은 오는 17일 총기로 무장한 채 벌이는 ‘100만 의병대 행진’을 추진하는 등 지지층 결집에 한창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들 지지자는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페이스북이 막히자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주로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팔러’로 몰려가 세 과시에 나선 상태다. 이에 맞서 트럼프와 등을 애플·아마존·구글 등 실리콘밸리 내 미 주요 정보기술(IT)기업들은 SNS ‘팔러’와의 관계를 속속 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힘’은 이미 11·3 대선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바이든 당선인에겐 패했지만, 역대 2위인 7500만표 이상을 트럼프에 던진 유권자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트럼프의 재집권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끈 바이든 행정부도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금의 민주당 사람들을 마냥 놔둘 리 없기 때문이다. ‘보복의 보복’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트럼프 퇴임 이후에라도 탄핵을 밀어붙일 공산이 큰 배경이다. 1875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시절 뇌물 혐의로 사임한 윌리엄 벨크냅 전쟁장관을 탄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미 법조계의 판단이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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