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규제샌드박스를?..1년8개월째 막힌 '택시 물류' 스타트업의 눈물

김현아 입력 2021. 1. 10. 18:02 수정 2021. 1. 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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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실,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국토부로 추진
스타트업들, 사업계획서 이해관계자 넘긴 국토부 불신
타다금지법, 생활물류법 등 혁신과 거리 먼 법 주도
산업부, 중기부, 과기정통부도 반대
부처 이기주의 극복할 '대부처제' 대안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떼 내 국토교통부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자, 스타트업(초기 벤처)들의 걱정이 크다. ‘타다금지법’ 입법화 등 혁신보다 안정을, 변화보다는 기득권층을 대변해 온 국토부가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의 아이콘인 규제샌드박스를 맡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때문이다.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국토부가 맡는 것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반대여서, 국토위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법이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국무조정실 회의에 국토부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담당자가 참석하는 등 국조실 분위기는 국토부에 주자는 것이어서 스타트업들이 우려하고 있다.

스타트업 사업계획서를 이해관계자에게 넘긴 국토부

딜리버리티는 소(小)화물 택시배송 서비스로 1년 8개월 전인 2019년 4월 과기정통부에 ICT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20㎏ 미만, 4만㎥ 이하의 물건은 화물 기준에 들지 않으니 일단 임시허가를 받아 서비스할 생각이었다.

그냥 할 수도 있었지만 법이 불명확하니 임시허가를 받자는 취지였는데, 기대는 두 달도 안 돼 무너졌다. 2019년 6월 열린 사전 심의 회의에 갑자기 용달·퀵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 오기로 했던 국토부 물류산업과장은 불참(바뀐 지 얼마 안 되는 사무관 대참)했고, 딜리버리티의 사업계획서는 이해관계자인 용달·퀵 업계에 이미 넘어가 그들은 반대 논리를 가져온 상황이었다.

남승미 딜리버리티 대표는 “정작 국토부 과장은 안 오고 우리 사업계획서는 이해관계자에게 넘어가 과기정통부 과장도 당황했다”며 “사전심의 자리에서 민간 위원들이 그냥 심의에 올리자고 했지만 과기정통부에서 국토부가 반대해 버리면 본심의에서 안될 것이 뻔하다고 설득해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1년 8개월째 국토부는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이후 딜리버리티는 과기정통부의 ‘임시허가’ 대신 특정 지역에서만 하는 ‘실증특례’로 바꾸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2019년 12월, 서울 외곽지역에서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와 하는 걸 추진했지만, 여전히 국토부는 반대다. 남 대표는 “국토부는 저희에게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오라는데 그게 일개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딜리버리티는 결국 2019년 12월 직원들을 구조조정했고, 지금은 남 대표 포함 임원 3명이 법인만 유지하고 있다.

▲택시 활용 화물 배송을 준비했던 ‘딜리버리티’. 현재는 직원 구조조정이후 임원 3명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산업부·중기부·과기정통부도 반대

국무총리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은 몇 달 동안 모빌리티 스타트업들과 정부의 모빌리티 정책 기획 조정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참석한 스타트업들의 의견은 힘없는 과기정통부나 반대만 하는 국토부가 아니라, 국무조정실에서 전체적으로 최종 관리해달라는 것이었지만, 결국 국토부가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구태연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국토부는 타다금지법으로 차량공유를 택시에 가뒀고, 생활물류법으로 택배운송 수단을 드론·승용차·킥보드 등은 뺀 트럭과 오토바이로 한정했다”면서 “국토부가 기득권자 입장에 서서 혁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가져간다고 뭐가 변할까”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따로 떼 내 국토부가 맡는 것은 산업부, 중기부, 과기정통부도 반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산업부와 중기부가 세게 반대하고, 과기정통부도 반대”라면서 “금융분야는 특수 성격이 커서 누가 봐도 따로 두는 걸 수긍할 수 있지만 모빌리티는 다르지 않나. 이대로라면 의료 규제샌드박스, 건설 규제샌드박스 등 분야별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중기부는 국토부가 스마트시티형 규제샌드박스로 들어온 것을 막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이번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반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칫 국토부가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맡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혁신 성장이 아니라 부처간 힘겨루기로 결론 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구태언 변호사는 “현재의 규제샌드 박스는 소관부처가 반대하면 통과 안 되는 구조여서 힘센 부처가 고집을 부리면 어떤 혁신도 불가능하다”면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코로나 시대에 맞게 대부처로 개편해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야 한다. 행정, 산업, 국방 등 큰 덩어리 중심의 부총리 몇으로 나눠야 한다. 이를테면 미래산업부총리가 과기부, 산업부, 국토부 모두를 관장해야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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