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테크 액티비즘

이왕구 2021. 1.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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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알파벳 노조(AWU) 조합원은 400여명으로 전체 알파벳 노동자(약 26만명)에 비하면 매우 적지만 세계 최고 직장으로 꼽히는 구글의 노조 탄생은 실리콘밸리의 화두인 '테크 액티비즘(기술 행동주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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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뉴욕 맨해튼의 구글 사무실. 지난 4일 구글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AFP 연합뉴스

“이 회사는 우리가 꿈꾸던 회사가 아니다. 우리가 구글을 건설하겠다.”

지난 4일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직원들은 이런 헌걸찬 제목의 기고문을 뉴욕타임스에 게재하고 노조 결성을 선언했다. 알파벳 노조(AWU) 조합원은 400여명으로 전체 알파벳 노동자(약 26만명)에 비하면 매우 적지만 세계 최고 직장으로 꼽히는 구글의 노조 탄생은 실리콘밸리의 화두인 ‘테크 액티비즘(기술 행동주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기업들이 전세계 수억명의 정보를 다루는 만큼 그에 걸맞는 윤리적 경영을 하자는 운동이 테크액티비즘이다. 근로조건ㆍ기업복지 등이 주요 과제였던 기존 노동운동과 결이 다르다.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 검색 엔진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했던 사건, 성추문 사건에 연루됐던 구글 임원 앤디 루빈이 9,000만 달러 상당의 퇴직금을 챙긴 일, 구글 인공지능(AI) 윤리팀 팀닛 게브루 대표가 AI 편향성을 지적하다 해고당한 사건 등 구글이 '나쁜 일은 하지 않겠다(don't be evil)'는 모토를 지키고 있는가에 대한 직원들의 의문이 노조 탄생의 불쏘시개가 됐다.

□구글처럼 기업의 윤리적 경영을 요구하는 미국 IT산업 종사자들의 집단행동은 부쩍 잦아졌다. 이들의 관심사는 성평등, 기후변화, 인종문제, 이민정책 등 정치ㆍ사회 이슈에 폭넓게 걸쳐 있다. 2019년 아마존 직원 1,800명은 기후변화에 대한 회사의 소극 대응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고 이는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가 배송용 전기차, 태양광 지붕 사용 등 전향적인 신재생에너지 계획을 내놓는데 동력이 됐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지난해 흑인 시위에 대한 군대 투입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 게시를 허용한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에 항의해 출근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치적 올바름’ 추구와 맞물린 실리콘밸리의 테크 액티비즘 바람이 배부른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자기만족에 그칠지, 공감대 확산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기업 내 임금ㆍ복지개선에 과몰입하는 실리주의 운동으로 도덕적 정치적 리더십을 상실한 우리 노동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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