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우리는 정말 온택트를 원하는가

김충제 2021. 1.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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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만 1년이 됐다.

머릿속으로는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온택트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만약 소비, 노동, 교육, 문화, 의료 등 많은 사회 내 분야들이 단순히 수요자와 공급자가 거래하는 시장으로만 인식한다면 온택트는 대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기능에 시장의 역할을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온택트는 코로나 시대에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 사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동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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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만 1년이 됐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동안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큰 변화를 경험했다. 그런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온택트(온라인·비대면)이지 싶다. 전염병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으로 벌어지는 일이니, 확산을 막는 방법은 서로를 만나지 않게 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사회가 멈춘다. 그래서 온택트를 통해 사회를 유지해보고자 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온택트가 비대면 소비, 즉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이다. 실제 통계청의 소매판매액 통계를 보면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의 비대면 소비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약 17%에서 이후에 20% 내외로 높아졌다. 또한 최근 우리 수출에서 잘나가는 품목들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온택트에 필요한 IT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온택트의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도 온라인 교육, 원격근무, 온라인 비즈니스 등 온택트 분야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온택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언급된 비대면 소비 비중이 더 증가하지 않는다.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럴까. 소비 중에서 온택트로 대체될 수 없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서비스 소비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미용, 외식, 관광 등은 집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상품 소비 중 규모가 큰 것들은 온택트로는 곤란하다. 언젠가 홈쇼핑에서 자동차를 파는 것을 본 적은 있으나 대부분이 고가인 내구재, 즉 자동차, 가전, 가구 등을 어찌 전화 한 통이나 마우스 클릭으로 살 수 있겠는가. 당분간 온택트 소비의 한계는 20%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온택트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기업 부문에서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우선 생산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무직에서도 재택근무가 대세라고 보지 않는다.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비상수단 이상의 의미는 크게 없다. 교육 현장에서도 온라인 교육의 한계, 즉 교육의 질적 수준 저하가 심각하다. 전형적 체험산업인 문화산업에서도 온택트가 비집고 들어갈 부분은 많지 않다. 의료부문은 최근 일부 원격진료가 허용됐지만, 기본적으로 시장 진입장벽이 높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온택트가 활성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머릿속으로는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온택트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사회(社會)라는 단어 속에 있다. 사회란 '모여서' 공동생활을 영위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만약 소비, 노동, 교육, 문화, 의료 등 많은 사회 내 분야들이 단순히 수요자와 공급자가 거래하는 시장으로만 인식한다면 온택트는 대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기능에 시장의 역할을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온택트는 코로나 시대에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 사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동력은 아니다.

온택트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온택트가 있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버티고 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실상 사회는 온택트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길 뿐, 온택트가 없는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작년 봄쯤이었을까, 코로나로 학생이 없는 초등학교의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 내용이 생각난다. "너희들을 기다려 봄, 너희들이 와야 학교는 봄". 최소한 교육 현장에서 온택트는 답이 아닌 것 같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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