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논쟁' 뜨거워진 월가..증시 향방에 결정타 될 듯
백신 접종 확산에 소비 확대, 부의효과도 한몫할 듯
'금융위기에도 인플레 없었다'..재정기조 변화 우려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동안 뒷전으로 물러나 있던 인플레이션 논쟁이 월가에서 달아오르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뉴욕증시 상승랠리가 지속 가능할 것인지를 좌우할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다소 소수이긴 하지만, 미국 경제가 다시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2% 도달한 기대인플레…백신 접종에 소비회복 가속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봉쇄조치들이 하나씩 해제되면서 억눌려 있던 소비자들이 다시 소비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지연됐던 소비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다. 아울러 20일 취임하게 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상원과 하원 다수당을 모두 독식하면서 향후 가계소비를 늘리기 위한 추가적인 지원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달러화는 약세를 이어지고 있고 주식과 원자재 가격은 꾸준히 뛰고 있다. 아직 인플레이션 수치는 높지 않지만, 채권시장에서 시장참가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서둘러 올라가고 있다. 실제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10년만기 국채의 명목금리와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 간 차이인 브레이크이븐레이트는 이미 지난주에 2%를 웃돌았다. 이는 최근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네타 마코우스카 제프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훨씬 더 강한 재정확장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지난주에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 위로 올라갔던 10년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말엔 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당장 경제를 더 부양하기 위해 추가로 할 일이 많지 않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 브레이크를 밟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달 비용을 높여 상황을 다시 어렵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경제는 위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V자형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백신 접종으로 회복세에 속도도 붙을 전망이다. 미국인들은 이미 팬데믹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소비지출을 하고 있다. 서비스업 지출이 그나마 부진한 편이지만, 락다운 조치가 풀리면 이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모건스탠리는 “봄까지 백신 접종이 상당 부분 이뤄질 경우 수요가 가파르게 반등할 것이며 특히 바이러스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감했던 여행과 관광부문 수요가 더 빠르게 살아날 것”이라고 점쳤다. 이 경우 근원 인플레이션은 올해 2% 연준 목표에 도달할 수 있고 2022년에는 오버슈팅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적인 재난지원금 지급과 더 높은 실업수당 지원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설령 경기가 다소 위축되더라도 소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주식과 주택 등 자산가격 상승으로 작년 미국 가계는 5조달러 이상 부(富)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어낼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자가격리가 더 많았던 고소득층과 고연령층은 오히려 자산을 더 많이 축적해왔다. 이들은 그동안 소비를 하지 못했던데다 금융자산은 더 늘어난 만큼 앞으로 소비를 더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기 때처럼 인플레 안 뛸 듯…재정기조 바뀔수도
반면 인플레이션 비관론자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고용시장이 여전히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인구구조 변화나 기술 발전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서둘러 정치인들이 부양기조를 접을 수 있다는 위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연준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오는 13일 발표되는 작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도 1.3%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022년 말에도 2%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물가 상승률이 2% 위로 가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둘지 않을 것으로 공언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정부와 연준이 엄청난 유동성을 풀었지만 기대했던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았다. 이번 팬데믹 하에서 재정지출이 당시보다 훨씬 더 크긴 했지만, 경제 하강폭도 훨씬 더 컸던 만큼 경제 내 인플레이션이 쉽게 달아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쪽이 우세하다.
벤 케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아직까지는 이번 팬데믹 상황이 2008년 당시와 유사할 것으로 본다”며 “확장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에도 수요는 충분히 살아나지 않고 있고 자산가격 상승에도 그 기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2008년에서처럼 실제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재정부양 기조가 덜 강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 바이든 민주당 내에는 재정 매파 비중이 꽤나 높다는 점이 이런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골드만삭스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원, 하원을 모두 독식하는 이른바 ‘블루 웨이브(Blue Wave)’를 달성한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 미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4%로 상향 조정했지만, 인플레이션은 2024년이 돼야만 2% 위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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