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에 강한 한국의 수출 포트폴리오

변수연 기자 2021. 1.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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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코로나 뚫고 4분기부터 회복 뚜렷
시스템 반도체·친환경차 등 훨훨
드디어 성장·가치주로 진가 발휘
민관 함께 변화 대응하고 전략 짜야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서울경제] 2021년 신축년의 출발과 함께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와 혹독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 열기가 뜨거워진 결정적 요인으로 우리 수출의 선전을 꼽을 수 있다. 연초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2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고 12월에는 25개월 만에 수출액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수출이 4·4분기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자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코스피 지수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주식 초보도 아는 투자의 원칙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이다.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기대 수익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할 수도 있으나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여러 종목의 기대 수익성과 변동 리스크를 고려해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투자와 수익의 관점에서 한국 수출 포트폴리오의 성장성과 안정성은 과연 어떨까.

오랫동안 한국 수출은 일부 품목과 시장에 집중해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돼왔다. 그런데 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수출은 전통 제조업에서부터 최첨단 기술 산업까지 거의 모든 산업을 망라해 분산된 구조이며 세계 수요와 리스크를 고려해 끊임없이 그 구성이 변화돼왔다. 필자는 이러한 한국 수출 포트폴리오가 세계 경제 호황기에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경제 위기 시에는 선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2003년부터 2008년 금융 위기 이전까지 반도체·자동차·휴대폰·컴퓨터·선박·철강 등 한국 수출 7인방은 세계 수요 확대에 힘입어 6년 연속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2009년 금융 위기 때는 선박 덕분에 수출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이후 반도체와 석유 제품이 번갈아 수출 회복을 이끌었다.

한국 수출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와 석유 제품은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만큼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 반도체 수출은 2018년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석유 제품과 함께 전체 수출을 주도했지만 이듬해 반도체 가격과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2019년에는 전체 수출이 10% 이상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시작부터 코로나19가 확산돼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물류 차질까지 빚으며 한국 수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다행히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자 지난 하반기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컴퓨터 등 IT 산업이 다시 수출 회복의 원군이 됐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 수출 포트폴리오의 성장주와 가치주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수출 규모 면에서 전통 제조업에 가려져 있던 시스템 반도체, 친환경차, 배터리, 바이오헬스 등의 품목들이 연간 최고 수출 실적을 달성하면서 코스피 상승까지 주도하게 된 것이다. 최근 환경의 중요성이 한 층 더 부각되고 여러 국가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및 바이오 산업은 앞으로 진정한 성장주와 가치주로 거듭나 한국 수출을 성장시키는 데 큰 몫을 담당할 것이다.

국가 차원의 수출 포트폴리오는 인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정부의 산업·수출 전략과 수많은 기업의 성장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따라서 수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나가야 한다. 국무총리가 직접 주재하는 확대무역전략조정회의를 비롯해 여러 민관 합동회의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된 당장의 애로 해소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한 수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돼 2021년에는 위기에 강한 한국 수출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더욱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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