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새해 첫주 9.7% 급등..홍남기 "실물과 괴리 커 충격 올수도"
"유동성 앞세운 수급이 리스크 삼켜"
기업이익 대비 주가는 '단기 과열'
"추격 매수 자제..차분하게 대응을"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0.8%의 상승률로 주요20개국(G20) 국가 중 가장 많이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새해 첫 주(4~8일) 9.7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역사상 금융 위기로 1,000포인트 아래로 하락했다가 반등한 지난 2008년 10월 31일(18.6%)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미국(1.82%), 대만(4.96%) 등도 올 들어 주가지수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인데 코스피의 오름폭은 그중에서도 제일 크다. 또 코스피는 지난해 11월 1주 이후 10주 연속 주간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 4월 30일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코스피가 10주 연속 상승한 경우는 5번에 불과하다.
한국 증시의 초강세는 경기 개선 기대, 개별 기업 호재, 미국의 경기 부양 훈풍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다만 그중에서도 막대한 유동성이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금화가 용이한 자금을 포함한 M2 통화량은 지난해 10월(3,150조 원) 전월 대비 35조 원 증가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량이다. 가계 통화량은 전월 대비 18조 5,000억 원 늘어나 2006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이런 유동성을 발판 삼아 개인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은 코스피에서만 1조 1,86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여기에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약 70조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65조 5,227억 원 수준이었다.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등까지 포함하면 새해 들어서만 개인들이 증시로 끌어들인 돈은 8조 원이 넘는다. 빚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20조 1,223억 원)는 20조 원을 넘어섰다. 1998년 이후 최대치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에 힘입은 수급이 모든 리스크를 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전문가들도 현재를 ‘버블’이라 단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단기적 과열의 징후는 적지 않다고 본다. 특히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이어갈 만큼 이익도 불어나면 큰 문제가 없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아 좀 의아스럽다는 진단이다. 가령 앞서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넘나들며 강세장을 보였던 2017년 코스피 순이익은 약 140조 원이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반면 2020년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는 약 90조 원이며, 올해는 약 130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업 이익은 역대 최대치가 아닌데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다는 뜻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른바 ‘버핏지수’는 과열 의미를 담는 1배를 넘어섰고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14배를 넘겨 고점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등에서 영업익이 크게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그거로 설명하기에는 주가 흐름이 과도하다”며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위험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짚었다.
이에 유동성 장세에 충격을 주는 변수가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물과 금융시장의 동행성이 약화한 상태라면 앞으로 어떤 부정적 충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오는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동결 가능성이 크지만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도 변수로 꼽힌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행정부의 어젠다를 내놓고 이행한다”며 “증세, 반독점 규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한 큰 그림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대세적 상승이 꺾이지는 않겠지만 상승의 속도 조절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면서 “신규 개인 투자자의 경우 추격 매수를 자제하며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박성호·박효정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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