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복지·분배' 진보는 '성장·노동개혁'으로 상호보완을
■보수·진보간 역할 조정은
전 국민 의료보험·국민연금 등
보수 정권이 적극 도입해 실행
진보 정권도 FTA 등 앞장섰지만
진영논리 거치며 위기 되풀이
중산층 쪼그라들며 불평등 심화
성장·분배 선순환 구축 힘모아야 하>
◇노동 개혁 앞장선 ‘진보’···한미 FTA 추진=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해 진보 정권인 김대중 정부는 노동 개혁에 나섰다. ‘국난’과 정부의 ‘강한 의지’가 1998년 2월 ‘정리해고제 법제화’와 ‘파견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직전 정부인 김영삼 정권이 정리 해고를 가능하게 하려던 노동법 개정을 ‘날치기’ 통과시킨 뒤 극렬한 반대에 직면했던 것과 달리 외환 위기로 여론이 반전되면서 노동법 개정은 일단락될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국제 기준의 노사관계제도 선진화를 위해 공무원노조법을 법제화하는 등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제도에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그 결과 지지 세력으로부터 “좌측 깜빡이를 켜고서 우회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절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지지층은 극력으로 반발했지만 “기업 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노무현 대통령 취임사)”는 정책 기조하에서 ‘동시다발적 FTA’가 추진됐다. 김석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서민과 노동자 등을 주요 정치적 지지 세력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FTA라는 개방화 정책은 다소 의외였다”며 “그럼에도 명확하고 강력한 FTA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능동적인 대외 경제 전략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보수의 ‘복지’ 재선점···‘경제민주화’=보수는 ‘복지’로 반격했다. 2000년대 이후 심각해진 불평등 문제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성장 정책’을 내세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인과 영유아 등을 위한 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능동적 복지’를 추진했다. 이에 이명박 정권 시절 복지 예산 증가율은 매년 10%를 상회했고 장기요양보험제도도 2008년 시행됐다.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국민이 노인성 질환으로 요양원 입원, 방문 간호 등이 필요할 때 비용의 대부분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됐지만 이를 구현한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2009년에는 경제민주화까지 본격화된다. 이 역시 보수 정권이 선점했다. 경제적 불평등이 핵심 정치적 의제로 부상했던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수 정당의 박근혜 후보가 분배 개선을 핵심으로 한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수용하며 대중적인 재분배 요구에 적극 대응한 결과였다.
◇‘중산층’의 붕괴···위기의 징후=이처럼 ‘성장과 복지’ 선순환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한 필수 요소였다. 1987년 6월 항쟁 직후 “이제 한국의 정치는 중산층을 잡기 위한 싸움의 양상을 띠고 있다”던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은 이런 배경을 직시했다. 실제 30년 동안 보수는 ‘복지’를 통해, 진보는 ‘성장’을 통해 중산층을 키우려는 정책 경쟁을 이어왔다. 문제는 중산층의 비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산층 비율은 1990년대 73.7%에서 2000년 69.7%, 2010년 59.7%, 2017년 57.6%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중산층의 붕괴는 양극화와 불평등의 확대로 이어졌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를 복지 정책으로 해소하기보다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까지 후퇴시키며 결국 무너졌다.
진보 역시 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 정부는 노동 개혁에 있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사회적 대화와 타협에서 한 치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양극화와 불평등의 확대를 해소할 성장의 담론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와 진보가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복지와 성장을 ‘실사구시’할 때 중산층이 두터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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