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1주 새 7400개↑..주식·비트코인 '빚투' 과열 조짐

김대훈/정소람/박종서 2021. 1. 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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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대출 죄고 부동산 수요도 꺾였는데
'1월엔 신용대출 감소' 깨고 올해는 이례적 급증
은행 "증시 활황이 원인"..금융당국도 깊은 고심
사진=한경DB


정부가 지난해 11월 고소득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한 건 신용대출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전달에 비해 4조8495억원 불어 월간 증가폭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나타난 신용대출 증가세는 이때와 양상이 다르다는 게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판단이다. 고소득자(연소득 8000만원 이상)의 고액 신용대출(1억원)을 죄는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부동산 매수를 위한 추가 신용대출 수요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부동산보다는 주식, 실물자산보다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은행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월 신용대출 증가는 이례적

통상 매년 1월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1월에도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에 비해 2247억원 감소한 109조6861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월에는 기존 대출의 갈아타기와 정기 예·적금 등 금융상품 재가입이 이뤄진다”며 “급여생활자는 연말 보너스 등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도 많아 신용대출 잔액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통장이 7400개 이상 신규 개설되는 등 올 들어 이례적으로 ‘1월 신용대출 증가세’가 나타난 주요 요인은 주식과 가상화폐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고 나면 오르는 주식 시장과 비트코인의 가격 말고는 신용대출 급증세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다. 게다가 작년 말 은행들은 가계대출 비중을 낮추고, 기업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주요 신용대출을 닫았다. 정부 규제와 더불어 국제 건전성 기준인 바젤Ⅲ를 조기에 도입한 은행들이 급격히 가계대출 비중을 낮춰야 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이 조치가 풀리자마자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고액 신용대출 억제 방침은 지속

일각에서는 ‘패닉 대출’이 다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1주일간 증가한 4533억원은 작년 하반기 5대 은행의 주간 증가액 평균치(7282억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647억원(지난 5일) 604억원(6일) 484억원(7일) 등 하루 증가액이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아직까지 은행들의 대출 축소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진 않다.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의 건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선에서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우려를 나타낸 건 주택 시장에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고액 신용대출”이라며 “연초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재개하면서도 1억원으로 줄인 최대 대출 한도를 다시 늘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이 때문에 금감원이 은행 부행장들을 부른 건 긴급한 추가 신용대출 규제 등의 조치를 내리려는 것이라기보다 현재 대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고 보고 있다.

 더 풀기 어려워진 대출 방정식

정부는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으로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달아오르는 것을 두고 고민 중이다.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투자자들을 말리기도, 부추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 지난해 발표한 대로 오는 3월께 금융권역과 금융회사별 DSR 기준을 차주 개인별 DSR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시중은행은 기존에 DSR 70%를 전체 대출의 5% 이하로, 90% 넘는 대출을 3% 이하로 관리하고,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 등에게만 개인별 DSR 기준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모두 개인별 DSR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초강력 DSR 규제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서민 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면 규제 수준을 약간이라도 낮출 의도가 있었지만 주식 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에 ‘빚투’ 현상이 나타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들로부터 올해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계획을 받았지만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출한 가계대출 계획에 대해 금감원에서 이달 말까지 피드백을 주겠다고 했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알기 어렵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주식과 가상화폐 가격의 급등세뿐만 아니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만간 내놓기로 한 주택정책과의 조율 등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주식 시장에 돈이 흘러가는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볼지가 관건”이라며 “대출 시장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많아지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박종서/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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