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 얼어 세탁기 물 역류.. 거실까지 덮친 한파 피해

박민식 입력 2021. 1. 10. 17:37 수정 2021. 1. 1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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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제발 세탁기를 돌리지 마세요. 배수가 안 돼 세대 내로 물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경기 용인시 아파트 8층에 사는 A씨는 주말 내내 발코니에 고인 물을 퍼내느라 고생했다.

북극발 한파로 인해 아파트 배수관에 고여 있던 물이 아래층에서부터 얼기 시작했고, 고층부 세대가 세탁기를 사용할 때 배수된 물이 A씨 세대로 역류해 들어오면서 온통 물바다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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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로 인해 아파트 내 세탁기 동파사고가 많이 일어나자 아파트 인근 셀프빨래방에 밀림 빨래를 하기위해 많은 주민들이 찾고 있다. 10일 경기 일산 대화동 부근 셀프빨래방에서 줄지어 있는 세탁물들 , 가게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평소보다 5배정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왕태석 선임기자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제발 세탁기를 돌리지 마세요. 배수가 안 돼 세대 내로 물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경기 용인시 아파트 8층에 사는 A씨는 주말 내내 발코니에 고인 물을 퍼내느라 고생했다. 북극발 한파로 인해 아파트 배수관에 고여 있던 물이 아래층에서부터 얼기 시작했고, 고층부 세대가 세탁기를 사용할 때 배수된 물이 A씨 세대로 역류해 들어오면서 온통 물바다가 된 것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세탁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 사흘째 안내 방송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8일에 이미 배수구가 역류해서 발코니 바닥이 얼어 오후 내내 얼음을 녹여 물을 퍼냈다"며 "9일 낮에는 또 발코니가 넘쳐 이번엔 거실과 방으로 물이 넘쳐 흘렀다"고 말했다.


한파에 각종 동파 사고 수천건

폭설과 함께 닥친 역대급 한파가 닷새째 계속되면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6일부터 시작된 이번 한파 기간 발생한 한랭질환자는 12명, 계량기 동파 4,947건, 수도관 동파는 253건으로 집계됐다. 한라산에 150㎝의 눈이 내리는 등 제주에서는 폭설로 인한 피해가 이어졌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세탁기 사용에 따른 물난리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영하 10~20도의 한파가 지속된 9,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탁기를 돌린 이웃 때문에 물난리를 겪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전북 익산시 복도식 아파트 1층에 사는 B씨는 “세탁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여러 차례나 했는데도 윗층에서 세탁기를 돌려 집이 온통 ‘세제 거품 바다’가 됐다"며 인증 사진을 찍어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빨래를 자제하자”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 왔고, 10m 안팎의 배수용 호스를 연결해 화장실로 물을 빼자는 아이디어도 공유됐다. 세탁기를 이용하는 대신 손빨래를 하거나 빨래방을 찾았다는 입주민들도 많았다.

10일 서울 송파구의 24시간 셀프빨래방에서 한 시민이 빨래감을 세탁기에 넣고 있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가 이어지자 세탁기 배수관 동파 등의 피해를 우려한 시민들이 빨래방을 찾고 있다. 뉴스1

남부 지방도 한파 피해 잇달아

남부 지방에서도 한파로 인한 농작물과 가축·양식 관련 피해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9일 강한 바람과 함께 기온이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졌던 전북에서는 시설감자 재배지 139㏊(김제시ㆍ부안군)가 냉해를 입었고, 숭어 8만7,000여마리(고창군)와 염소 15마리(진안군)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는 전날부터 상수도관이 얼어붙어 340세대 475명 중 30세대의 도민들이 식수를 공급받지 못했다. 전남 해역 일대에도 저수온 경보ㆍ주의보가 발령돼 양식장 피해 발생가 발생했다.

나흘 동안 폭설이 내린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해발 1,668m)에서는 최고 150.0㎝(제주도 비공식 측정), 어리목(해발 965mㆍ기상청 공식 측정)에서는 최고 89.3㎝의 누적 적설량이 관측됐다. 폭설로 인해 제주에서 김포 등을 오가는 항공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제주에서만 8일까지 약 2만명의 발이 묶였다가, 9일과 10일에서야 항공편 운항이 정상적으로 재개됐다.

보통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를 보기 힘든 부산은 10년만에 수은주가 영하 12도 이하로 내려갔다. 부산 지역 낙동강은 2018년 2월 4일 이후 약 3년만에 결빙됐다.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낙동강 지류 등에는 얼음이 얼어 배가 움직이지 못하는 피해도 이어졌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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