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수고했다'고 칭찬한 전화상대 AI였어요"

임영신 입력 2021. 1. 10. 17:33 수정 2021. 1. 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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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전화망에 심은 AI비서
틀린 발음·사투리도 척척대응
감쪽같이 대화하는 AI에게
'수고한다'고 답하는 사람 많아
자가격리자 증상 체크 이어
올해 전국 콜센터로 확대
"수고 많으시네요."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자가격리된 A씨는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 걸려오는 전화가 반갑다. 발열부터 체온, 기침, 목 아픔까지 증상이 나타나는지 체크하려는 전화 목소리가 너무 상냥하고 세심해 고맙다는 말을 연신 꺼냈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온 그가 인공지능(AI) 음성비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어보면 대답도 잘하고, 너무 자연스러워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이 야심 차게 도입한 '누구(NUGU) 케어콜'이 그 주인공이다. 누구 케어콜은 지난해 5월 경상남도에 시범 도입했는데 광주광역시에 이어 지난해 말 서울시 25개구에 확대 도입됐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자가격리자에 대한 모니터링 수요가 폭발하면서다. 청와대에도 보고되면서 전국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국내 이동통신 3사 중에서 유일하게 SK텔레콤만 실시하고 있는 기술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동통신망과 음성인식, 음성합성, 언어이해 등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한 AI를 결합시켰다. 전화망에 AI를 집어넣은 것이다.

SK텔레콤은 최근 3년간 투자를 통해 이 같은 'AI 전화 플랫폼'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AI가 사람에게 전화를 건 뒤 대화하면서 여러 가지 업무를 소화하거나, 사람을 대신해 전화를 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이용자가 전화 도중에 AI 비서를 호출하고, 통화 내용을 문자로 기록·요약하며 검색도 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I 전화 플랫폼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포털 기업과 달리 전국구 이동통신망 인프라스트럭처를 보유한 통신사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전화 플랫폼 첫 작품이 '누구 케어콜'이다. 통신망과 AI 비서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가능한 서비스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분야다.

AI 전화 서비스는 진짜 사람이 전화하는 것으로 거의 착각한다. '어뜨케(어떻게)' '그르믄(그러면)' 등 상대방의 부정확한 발음뿐만 아니라 사투리까지 정확하게 알아듣고, 긴 얘기에는 "아, 네~" 등으로 호응하거나 역질문에도 술술 답변한다. 대화하는 방식이라 AI라는 사실을 눈치 못 채고 "많이 바쁘시겠다"고 인사하거나 친절하게 답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종 "외롭다"며 감정을 토로하고 말을 재촉하는 이용자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I 비서 서비스도 올해 다양하게 현실화할 전망이다. 가령, 근처 음식점에 점심을 예약하기 위해 AI 비서를 호출해 "○○에 낮 12시, 4명 예약해줘"라고 말한다. 몇 분 후 식당에서 예약 확인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의 메뉴, 테이블 위치, 카드 할인 혜택 등에 대해 질의응답이 오갔다. 정확하고 친절한 전화 안내에 통화 마지막에 "감사하다"고 인사도 건넸다. 이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말은 "AI 직원 △△이었습니다."

채팅창에서 문자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이루다' 같은 AI가 전화를 걸거나 받으면서 사람처럼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올해 큰 변화 중 하나는 사람처럼 말하는 AI가 고객센터(콜센터)에서 실전 등판에 나선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콜센터에 접수되는 문의 전화(콜)가 대폭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질문을 담은 콜은 AI가 우선 대응하는 방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AI가 사람의 단순 업무를 대체해 상담사가 좀 더 전문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람과 AI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곳이 고객센터"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가 각각 7000여 명, LG유플러스가 5000명의 고객센터 직원을 두고 있다. 매달 콜 수가 수십만 건에 달할 뿐만 아니라 정확한 고객 응대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AI가 필수다. 난도가 높다는 점에서 고객센터는 AI 각축장으로 불린다.

SK텔레콤은 AI전화망을 활용해 요금 미납 고객에게 AI가 직접 전화를 걸어 안내하는 '인포콜'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고객센터로 결려오는 전화 중 일부에 대해선 AI가 상담사보다 먼저 응대하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특히 AI 기술을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전방위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작년 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AI 에이전트(비서)' 개발을 맡아왔던 기존 AI서비스단의 조직명을 AI&CO(Company·컴퍼니)로 바꾸고 MNO(이동통신)사업부에 배치했다. 아마존이 SK텔레콤의 11번가를 발판삼아 올 하반기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AI 전화망과 커머스를 결합한 새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비서 '알렉사'를 보유한 아마존은 음성 서비스 산업에서 글로벌 최강자로 꼽힌다.

KT도 고객센터(AICC·인공지능 컨택센터)에 AI보이스봇을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 디지털플랫폼 사업자로 변신 (디지코)의 선봉대격인 AI/DX융합사업부문 산하에 AICC사업담당을 신설했다. 최근 KT와 현대중공업그룹, LG전자, KAIST 등 9개 기업·기관이 뭉친 AI 산학연 협력체인 'AI원팀'은 AI의 음성합성 속도를 기존보다 10배 향상시키고 자유발화 단어 인식률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대량의 학습데이터로 음성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사람 같은 AI가 일상을 파고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봇처럼 대화형 AI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앤마켓은 전세계 대화형 AI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21.9% 성장해 2025년 139억달러(약 15조1700억원)로 작년(48억달러)보다 3배 가량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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