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약 의존 역대 최대..국산의약품 FDA 승인은 '0'
국내 자급률 74%·16% 그쳐
값싼 中·印 원료 수입 과도
1년전 9개 FDA승인 작년 無
美시장 진출 둔화 우려 커져
지난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간한 '2020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원료의약품(완제품 원료가 되는 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16.2%에 그쳐 전년(26.4%)보다 1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2017년(35.4%) 수치와 비교하면 2년 새 원료 국내 자급도가 반 토막 난 셈으로 관련 통계 수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의료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인도 등지에서 저렴한 원료의약품을 대거 수입하면서 원료 자급도가 뚝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 중국산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7억9696만달러로 전년(6억7809만달러)보다 17.5% 증가했다. 인도산 원료의약품 수입액도 2019년 기준 2억2114만달러로 급증해 2년 새 28.7% 큰 폭 늘었다. 오장석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장(삼오제약 대표)은 "단가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인도 원료의약품 업체와 경쟁하려면 그들이 만들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허가 간소화 등 제도 개선 및 정책적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제조공정이 완료돼 환자에게 바로 투여할 수 있는 완제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74.1%를 기록해 전년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역시 관련 통계 수치가 공개된 2008년 이후 최저치다.
의료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신약보다는 복제약 위주로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점을 완제의약품 자급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고혈압 복제약을 만들 때 들어가는 성분인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뒤 복제약을 만들 때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저렴한 원료를 쓰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복제약보다는 해외 제약사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게 의료전문가들 분석이다.
한편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등 신약은 물론 복제약 등을 포함해도 지난해 FDA로부터 승인받은 우리나라 의약품은 전무했다. 2013년 이후 2019년까지 7년 연속 매년 하나 이상의 국산 의약품이 FDA 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흐름이 지난해 끊긴 것이다.
이처럼 지난해 FDA 승인 국산 의약품 숫자가 '0'이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심사절차 차질 영향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FDA는 의약품을 승인하기 전 현장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우리나라에 실사단이 방문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에 검토가 미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놓는 의약품에 대한 FDA 승인절차가 늦어지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지성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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