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반성문 "국제화보다 연구 우선"

김금이 2021. 1. 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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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성과목표' 보고서 입수
中에 밀려 대학순위 60위 정체
"논문 질 높여 피인용도 높여야"
2023년까지 年40억 연구 지원
선도 학문분야 집중 육성키로
해외 명문대와 공동연구 통해
실질적인 연구성과 창출할 것
서울대가 중국 대학의 순위 상승으로 세계 대학 평가에서 순위를 높이기 힘들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논문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려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고, 글로벌 상위권에 드는 중점 학문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10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서울대 '3기 대학 운영 성과 목표(2020~2023)'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대학 등 경쟁 대학의 순위 상승으로 서울대의 상대적인 순위가 높아지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현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세계 대학 평가 순위에서 논문 피인용도를 의미하는 '연구 영향도'와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을 나타내는 '국제화' 점수가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THE 세계 대학 순위 2021'에서 서울대는 60위를 기록했다. 주요 평가 지표 중 국제화(외국인 교수·학생 비율)는 37.4점, 논문 피인용도는 68.8점으로 전체 평균 점수(69.7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QS 세계 대학평가'에선 지난해와 2019년 모두 37위를 기록했지만, 논문 피인용도는 2015년 79점에서 작년 53.7점으로 대폭 하락했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은 각각 18.6점, 11.6점에 불과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공계열뿐 아니라 여러 단과대가 있는 종합대학이다 보니 학과별 편차 때문에 논문 피인용도 평균 점수가 낮은 경향이 있다"며 "1999년 BK21 사업이 시작되면서 대학원 교육·연구에 후발 주자로 투자한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논문 피인용도 부문을 끌어올려 투자 대비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향후 전략으로 "논문 피인용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높여 피인용 지수를 높이는 전략과 국제 공동 협력 연구를 통한 성과 창출이 효과적"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외국인 교수와 학생 유치를 통해 국제화 점수를 올리는 것보다는 논문 피인용 지수를 높여 연구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평가 점수의 7.5%에 불과한 국제화 점수보다 30%를 차지하는 논문 피인용도에 전략적으로 더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세계 대학 평가에서 상위권에 드는 미래 선도 중점 학문 분야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분야 세계 10위권'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매년 40억원씩 160억원을 연구 지원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학과(부)와 연구소(원·센터)가 연합하거나 학과(부) 소속 교수 간 팀 구성이 가능하며 3년씩 최장 6년을 지원받을 수 있다. 2019년 QS 평가 학문 분야 순위에 따르면 서울대는 자연과학 27위, 공학·기술 28위, 인문·예술에서 35위 등을 차지했다. 학과별로 보면 현대언어학 19위, 재료과학·화학 20위, 스포츠 관련 학과 사회정책·행정학이 각각 12위, 14위로 상위권에 들었다.

좋은 성적을 내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주요 대학을 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컴퓨터 사이언스 기관 평가 사이트인 CS랭킹(CSRanking)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대학 순위는 1위 중국 칭화대, 2위 싱가포르국립대, 3위 카이스트, 4위 베이징대, 5위 홍콩과학기술대와 서울대 순으로 나타났다.

한 서울대 공과대 교수는 "최근에는 훌륭한 국내 연구자들도 오히려 미국과 중국으로 나가고 30대 젊은 학자들도 잘 안 들어오는 추세"라며 "홍콩 대학만 봐도 논문, 연구 등에 대한 보상 체계가 우리보다 전문적이다"고 말했다.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톱 대학들이 정부나 사회·기업에서 지원받는 예산에 비해선 굉장히 열악하다"며 "학교는 학생과 교수 정원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의지만 가지고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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