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가야 하나..집을 사? 말어?" 실수요자 전략은? [2021년 부동산 전문가 3인 전망]
전문가들은 지난해 정부가 실거주자 위주의 정책을 폈지만, 임차인을 위해 밀어붙였던 정책들이 모순적이게도 전세난과 매매가 상승을 촉발해 올해까지 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학계, 현장 등 부동산 전문가 3인으로부터 새해 부동산 시장 전망과 실수요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올해도 전세난∙집값 상승 계속되나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올해 공급량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가격 상승세를 잡기엔 역부족인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공급 대상에 대한 부조화가 크다”며 “전세난의 원인은 ‘3인 가구’가 살고 싶은 아파트가 부족해서인데 정부는 1인 가구를 위한 호텔 임대, 빌라 등 매입 임대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6월 ‘세금 폭탄’, 매물 끌어낼 수 있을까
올해 가장 주목되는 부동산 정책 중 하나는 오는 6월1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중과세 조치다. 당정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인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기존 대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부동산세 최대 6%, 양도소득세 최대 72% 등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한 고강도 세금 규제가 시장에 매물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김 소장은 “세 부담으로 ‘실망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은 시장을 잘 모르는 분들의 말씀이다. 이미 나올만한 매물은 다 나왔다”고 일침했다. 또한 서울처럼 대기 수요가 많은 시장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풀더라도 내놓는 족족 회수돼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또 최근 풍선효과로 인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비인기 지역의 경우 다주택자가 매물을 처분하며 가격 하락이 시작돼 인기 지역과의 ‘양극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변창흠호(號), 정책 기조 바꿀까
올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해선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이 단순히 ‘김현미 시즌2’가 되리란 지적과 그가 ‘부동산 전문가’란 점을 들어 현실성 있는 대책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선다.
김 소장은 “변 장관은 취임식 때 김 전 장관의 정책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제대로 검토 안 한 것”이라며 서울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교수는 “변 장관은 비록 학계 출신이긴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장을 다년간 역임했기 때문에 부동산 공급에 대한 명확한 경험이 있다”며 “SH 재임 기간 ‘리츠(Reits)’ 등 부동산 연계 금융 상품도 출시했을 만큼 금융을 안다. 그 부분이 굉장히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방안을 검토하는 만큼 변 장관도 취임과 함께 추가적인 공급 확대책과 함께 시장에 정책변화에 대한 신호를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수요자는 “올해 사라” vs “신중해야” 엇갈려
김 소장은 “현 정부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고 투자 수단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임기 4년 내내 집을 사란 얘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집은 당장 사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한 주거의 가치는 크다. 서울처럼 수요가 많은 지역은 지금 사는 집이 10년 후 가격이 하락할 확률은 ‘0’에 가깝다”며 “무주택자가 집을 사고 10년 이상 거주할 계획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교수는 “저는 주변 매도자에게는 ‘집을 팔지 말라’고 하고, 매수자에게는 ‘사지 말라’고 한다. 지금 같이 불안정한 경기 상황에서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모험”이라며 “자신이 10년간 가격 하락 가능성을 버티며 은행이자를 지불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려하라”고 했다. 투자를 위해 고가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실익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압구정동 30평대 아파트가 25억∼30억원 한다. 월세가 한 달 200만∼300만원인데 1년 수익률이 고작 1∼2%대”라며 “아파트는 투자 측면에서 지나치게 고평가됐다. ‘꼬마빌딩’ 등 다른 부동산 유형을 잘 운용하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층 주거지 개발에 쏠리는 ‘빌라 투자’...“신중해야”
최근 변 장관이 빌라 밀집 저층 주거지 등의 고밀도 개발을 시사함에 따라 빌라의 투자 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교수는 “(빌라 가격 상승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변 장관이 언급한 역세권 개발 지역에 빌라가 상당히 많이 포함돼있다”면서도 이러한 정책이 결국 시장에 ‘전체 가격 상승’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섣부른 빌라 매매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아파트 가격이 2배 오르는 동안 빌라는 가격이 오를지 내려갈지 알 수 없다. 수요가 없으면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빌라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며 “지금 강남구에 평당 1000만원이 안 되는 빌라가 수두룩하다. 빌라 매매보다는 차라리 전∙월세 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정부가 실거주자 위주의 정책을 펴온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전세난과 매매가 상승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무주택자들을 위해 특별공급을 늘리고 분양가상한제 등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소위 ‘로또 아파트’다. 로또 아파트 때문에 주변 구축 시세까지 동반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겼다”면서 “분양받은 1%만 혜택을 받았고 나머지 99%는 상대적 박탈감뿐 아니라 매물 부족으로 인한 시세 상승 등 악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이하 임대차법)은 그 의도는 좋았으나 시기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창피할 정도로 임차인의 권리 보호가 낮은 편이다. 임대차법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려 했다는 건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면서도 “다만 시장이 굉장히 불안하고 앞으로의 공급도 희미한 상황에서 제도를 시행한 게 실패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임차는 무조건 공급과의 싸움”이라며 “9000세대 송파 헬리오시티 같은 대단지가 강남, 강북에 하나씩 생기며 이 법이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전세가가 폭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함 랩장도 “임대차법을 급하게 추진하며 불똥이 임대차 시장으로 전이된 부분이 있다”며 “‘풍선효과’로 비규제 지역이나 중저가 지역으로까지 가격 상승 분위기가 퍼지는 모습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패닉 바잉’으로 이어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세금 폭탄으로 시장을 누르는 정책보다는 공급 확대에 대한 명확하고 강력한 신호를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저소득 계층도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이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완화하는 금융 인센티브를 주고, 위험자산인 고가주택은 보유 시 금융 페널티를 주는 등 정책 대상별로 세분화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 랩장은 “최근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정부에서 부채 건전성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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