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극적 회생..잉씨배 결승까지 1승 남았다
잉씨배의 독특한 시간 규정이 신진서를 구해냈다. ‘한국바둑의 대명사’ 신진서(21) 9단이 중국기사 자오천위(趙晨宇·22) 8단에 극적으로 승리, 잉씨배 결승까지 1승 앞으로 다가섰다. 10일 서울과 베이징을 잇는 온라인 방식으로 시작된 제9회 잉창치배 준결승 3번기 1국서 신진서는 흑으로 211수 만에 역전 불계승했다.
신진서는 중반전 초입 좌변 전투에서 무리한 공격을 펼치다 좌하귀 흑진이 초토화됐고, 이후 역전이 힘든 열세 속을 헤맸다. 좌중앙 백 대마 공격이 여의치 않자 연속 바꿔치기를 시도했으나 인공지능 승률 2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13개월째 한국 1위를 질주 중인 신진서가 세계 4강 진출이 처음인 중국 21위 기사에게 꼼짝없이 패할 위기였다.
하지만 막판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잉씨배는 1인당 3시간을 주고 초읽기가 없다. 대신 20분을 초과할 때 벌점 2점을 부과하고 2번까지 시간 연장을 허용하는 독특한 규정으로 운영된다. 인공지능(AI) ‘카타고’가 “백의 승률 94%”로 진단하던 132수 시점 남은 시간은 흑 62분, 백은 단 9분이었다.
결국 시간이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상대가 침착하게 추격해오고 시간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자오천위는 허둥댔다. 한 차례 시간 초과로 2점 벌점을 당했고, 146수 부근에 와선 반면(盤面) 형세 자체로도 역전이 이뤄졌다. 압도적 우세만 믿고 시간 관리에 소홀한 것이 패인. 흑 211수를 보자 자오천위가 돌을 거두었다. 둘 간 상대전적은 신진서 기준 4승 1패로 한 발 더 벌어졌다.
또 한 쪽의 준결승 3번기에선 중국 셰커(謝科·21)가 일본 이치리키 료(一力遼·24)를 백 불계로 이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로써 이번 잉씨배는 신진서와 셰커 등 두 2000년도 출생 기사가 패권을 다툴 가능성이 커졌다. 셰커는 연초 제4회 몽백합배 준결 관문을 통과, 중국 최초의 2000년대생 메이저 결승 진출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신진서는 지난해 LG배 우승으로 첫 세계 정복에 성공한 뒤 이번 잉씨배를 정조준해 왔다. 2020년 연간 최고 승률(88.37%), 기록부문 3관왕, 10억 3800만원의 최고 연간 수입 등으로 절정기를 구가 중이다. 이번 대회에선 셰얼하오 판팅위 구쯔하오 등 세계챔프 출신 중국 톱스타 셋을 연파하고 올라왔다.
대국 후 신진서는 “거의 포기한 상황이었다. 상대의 실수가 없었으면 이길 수 없었다. 상대 실력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대국에서 좀 더 확실히 준비해 후회없는 바둑을 두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과거 한국은 8번의 잉씨배를 치르는 동안 1~4회를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가 연속 우승하는 등 총 5번 제패했다. 우승자를 못 냈을 때도 결승전 한 자리는 꼭 차지했던 전통의 계승 여부는 신진서에게 달려있다. 신진서가 우승한다면 한국은 2009년 최철한에 이어 12년만에 잉씨배를 되찾아오게 된다. 준결승 2, 3국은 12일과 14일 열린다.
대만 재벌 고 잉창치(應昌期)씨가 1988년 만든 잉씨배는 4년 주기로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린다. 우승 상금 40만 달러(약 4억 4000만원)도 세계 최대 규모다. 자체 규칙(전만법)에 따라 흑은 8점의 덤을 떠안는다. 비기면 흑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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