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美 바이든호 출범과 한국의 선택
미중 탐색전 속 통상 갈등 폭풍전야
한국, 일관된 원칙 따른 선택 필요
'전략적 자율성' 강화가 유일한 해법
취임 첫해는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경기 부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외적인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바이든이 대선 과정에서 발언했던 내용을 살펴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4년간 국제 통상 환경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탄소조정세가 새로운 통상 이슈가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관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힘에 기반한 일방적, 거래 중심적 방식과는 달리 다자 체제의 복원을 통한 협력적, 규범 중심적 방식의 통상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바이든도 ‘미국인들에게 이익이 되는 노동자 기반의 통상 정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미국 내 제조(Made in All of America)’ ‘미국산 구매(Buy American)’를 강조했다.
올해 세계 통상의 가장 큰 화두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통상 마찰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이다. 이 문제는 미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도 가장 큰 관심 사항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재임 기간 내내 미중 두 나라 모두 자기편에 줄을 서라는 압박을 가했고 이러한 압력은 향후 더 거세질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빠른 경기회복은 미국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이는 미국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기술 패권 전쟁에서 더욱 물러설 수 없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제정한 외국인투자규제현대화법(FIRRMA)을 통해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해 외국인, 특히 중국의 미국 투자를 거의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러한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뿐만 아니라 ‘클린 네트워크 이니셔티브’를 통한 디지털 경제 블록 강화, 마이크로소프트·퀄컴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이 참여한 ‘넥스트G 얼라이언스’ 출범을 통한 미국의 6G 리더십 확립,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축 등이 이뤄졌다. 이에 더해 바이든은 우방국과의 공조 활용도를 높이고 환경·노동·인권문제까지 범위를 넓혀 사실상 트럼프보다 더 강경하고 치밀하게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추가적인 ‘중국 때리기’를 시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선은 대내 경기회복과 중산층 고용유지에 정책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고 새로운 통상 정책과 우방국과의 연대 방안 수립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미중이 본격적인 대결을 준비하고 탐색하는 기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견상 양국 간 갈등이 소강상태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상 폭풍전야에 가까운 상태로 봐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단선적인 양자택일이 아닌 ‘일관된 원칙’을 선택해야 한다. ‘사안에 따른 원칙 선택’이 아니라 ‘원칙에 따른 사안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경쟁력을 제고를 위해 기업은 물론 정부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을 뛰어넘는 ‘전략적 자율성’ 강화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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