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2번이냐 4번이냐, 서울시장 野 줄다리기 본격화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를 향한 줄다리기가 본격화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고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단일화 방식은 안갯속이다. 일단 후보들 모두 '국민의힘' 이름표를 달고 경선하자는 제1야당의 입장과 처음부터 국민의힘 밖에 경선 무대를 만들어야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현재로서는 '국민의힘 후보 선출 후 단일화 협상' 방식이 유력하다. 단일화가 끝내 실패해 3자 대결로 치러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 전 시장은 17일까지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는 결단을 내린다면 자신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접점 찾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 대표 측은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김도식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은 통화에서 "오 전 시장이 경선 룰을 책임지거나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분도 아니고 야권 단일화에 의견을 주고받는 것일 뿐"이라며 "다른 분도 요청이 오면 따로 다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사무총장)도 통화에서 "두 분이 만나서 결정할 사안도 없고 그럴 관계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주요 야권 주자 중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나 전 의원도 곧 출마와 관련해 공식 선언을 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생각을 정리해 빠른 시간 안에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당 밖에서 경선을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이 같은 구상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당, 입당 논의가 아니라 양당(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사무총장이 만나 범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룰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며 "입당, 합당 공방으로 밀당하는 모습에 국민들께서 짜증을 내지 않으실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국민의당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제1야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야권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며 "단일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가는 순간 확장성이 확 줄어든다. 야권 단일후보가 꼭 기호 2번(국민의힘 소속)으로 나가야 된다고 주장하는데 지지층의 입장에서는 굳이 2번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당밖 경선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인사가 이기면 단일후보 기호는 2번, 안 대표가 승리하면 기호 4번이 된다.
국민의힘 출신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이날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국민이 생각하는 서울시장 야권주자는 안철수 대표다. 현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며 "지지율이 높은 외부 주자를 국민의힘 내부로 끌어들여 경선하자는 것은 폭넓게 지지받는 후보를 국민의힘 울타리에 가두어 라벨링(labeling)하는 결과로, 야권 통합 후보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외연 확장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도 회의적이다. 오 전 시장은 "현실적으로 난점이 생기지 않겠나"라며 "당내 후보가 그렇게 많은데 당밖에서 한꺼번에 하자는 건(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경선은 당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당 절차대로 해야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6일 안 대표와 만난 뒤 7일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앞으로 (안 대표를) 만날 일 없을 것 같다'며 불쾌한 내색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제1야당으로서 반드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야권 단일후보가 세워지더라도 국민의힘 이름표가 붙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김 위원장 등이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넘어간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안 대표 등이 국민의힘 밖에 있는 상태에서 단일후보로 추대되고 승리한다면 대선정국에서 국민의힘의 주도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밝혔듯 현재로서는 국민의힘 자체 후보가 선출된 뒤 3월에 안 대표와 단일화 협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사석에서 "3자 대결을 해도 승산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 대표의 지지율에 거품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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