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말고] 집값 불똥이 튀었다! / 권영란
[서울 말고]
권영란 ㅣ 진주 <지역쓰담> 대표
몰랐다. 20년 넘은 우리 동네 아파트 값이 껑충 올라 있었다. 경남 진주는 혁신도시가 들어선 특정 동네 말고는 부동산 경기를 그다지 타지 않는 도시다. 그런데 외부 투자자가 들어와 여기저기 휘젓고 있다고, 벌써 몇달 됐다고…. 더러 기획 부동산이라고도 했고 작전세력이라고도 했다.
서울·수도권에서 불던 ‘집 사재기’가 지난해 11월부터 진주를 비롯한 경남 창원, 김해, 양산에도 몰아쳤다. 정부의 서울·수도권 부동산 규제도 주요인으로 짐작된다. 창원 의창구·성산구 오래된 아파트 값이 억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올랐다 하고, 진주혁신도시 동네도 몇달 새 억이 올랐다. 경남도가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시장은 요동을 쳤고, 점점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투기가 아니라 ‘살 집’을 찾는 이들은 난감하다 못해 부아가 치민다.
진주 아파트 오름세에는 지방정부까지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진주시는 신진주역세권 부지를 분양하면서 전국 추첨 방식이 아니라 전국 경쟁입찰로 추진해 차익 1341억원을 남겼다. 감정가의 2배가 넘게 팔린 거라고 한다. 이러니 지방정부가 ‘땅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고가 부지를 매입한 업체는 결국 고가 분양을 할 것이고, 그 피해는 지역민이 오롯이 다 받는 것이다.
혁신도시 부동산값도 마찬가지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권역 단위로 이주시켰지만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세종시가 ‘하늘땅값’이라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11개 공공기관이 이주해 온 진주혁신도시는 진주 속 ‘딴 동네’가 되었다. 2015년 갓 분양이 됐을 때만 해도 지역 시세보다 높아 실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몇년 새 시세는 현실화됐고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에 또 오름세를 쳤다.
부동산값 변동에는 정부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의도와는 달리 선정 지역과 인근 원도심 땅값을 얼마나 올려놓았는지. 지방정부와 밀착된 토호세력 중에는 이미 몇년 전부터 주변 땅을 야금야금 사놓았을 게고 선정이 되자 밀실에서 축포를 쏘아올렸을 게다. 사업 선정지 주민들도 좋아할 것 아니냐고? 지방정부가 복합공간센터나 공연장 건립 부지를 확보한답시고 원주민들을 보상으로 흔들어대니 솔깃하긴 하다. 하지만 달랑 20~30평 집 한 채가 재산 전부인 고령자 원주민들은 보상받고 나간들 소형 아파트 한 채 구하기 힘들다. 원주민이 나간 그 자리에는 대부분 카페 등 새로운 상권과 청년, 예술가들이 들어온다. 도시재생지역이 모두 그렇기야 하겠냐만 더러는 원도심 땅값 올리고 주민 갈아치우기 모양새로 비친다. 정부주도사업의 한계다.
우리나라 주택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아파트 비율은 62.3% 정도 된다. 값은 천지 차이다. 내가 아는 건 어쩌다 만나는 서울 사람들이 들려주는 지극히 단편적인 정보들이다. ‘28평 한 채’가 다 같은 한 채가 아니었다. 대출받아 9억원으로 사놨더니 2년 새 15억원이 됐네, 요즘은 10억원으로 아파트 한 채 사기도 힘들어… 등 도무지 딴 나라 이야기 같다. 인구 절반이 서울·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그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내는지 나로서는 가늠이 안 된다. 우리 동네는 28평 아파트 한 채가 2억~2억5천만원대다. 저 돈이면 우리 동네에서 28평 한 채 마련하고도 일 안 하고 살 수 있을 건데…. 사정은 모르겠고 나의 셈법은 지극히 단순하다.
새해 첫머리부터 어째 삶이 안전하지가 않다. 우리 동네에서 집값 오름세라니, 그것도 외부 투자자가? 그저 놀랍다. 흔히 얘기하는 ‘똘똘한 한 채’는 모르겠고 ‘안전한 한 채’라도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집값 불똥에 불안해하기보다는 모두가 따사로이 가난하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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