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잠수함 설계연구 끝나"..실제 개발 가능성은

곽희양 기자 2021. 1. 10. 15: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함(7800t). 미 해군 제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했다. 군사 위성과 남한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무인정찰기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당 대회에서 사실상 북한의 모든 무기체계를 언급하면서, 남한에 뒤지지 않는 군사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계획대로 첨단 무기개발에 성공할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10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또 “핵장거리 타격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되였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밝힌 핵잠수함은 전략핵추진잠수함(SSBM)을 뜻한다. 전략핵추진잠수함은 추진 동력만 핵(원자력)으로 하는 공격핵잠수함(SSN)과 달리, 핵 추진 동력에 핵 탄두를 실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한다.

통상 강대국들은 SSN을 먼저 개발한 뒤 SSBM을 개발하지만, SSN을 건너뛰고 바로 SSBM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략핵추진잠수함은 이론상으로 무제한으로 바다 속에 머무를 수 있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설계가 끝나고 3~4년 안에 건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9년 10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설계를 완료한다고 해서, 건조 기술까지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개발했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SLBM은 완성국면으로 가는 모습이다. SLBM ‘북극성-3형’(추정 사거리 2000km)는 2019년 10월 수중 발사대에서 시험 발사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새로운 SLBM ‘북극성-4형’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또 처음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언급했다. 그는 “신형탄도로켓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비롯해 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시속 6175km) 이상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이 때문에 상승곡선과 유사한 탄도를 그리면서 낙하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미사일방어체계(MD)로 요격하기 어렵다. 미국·중국·러시아는 최근 탄도미사일과 유사하게 로켓부스터에 실린 뒤 분리 발사되는 형태 등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5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언급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의 성능을 개량·완성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수평비행한 뒤 갑자기 솟구치는 이른 바 ‘풀업 기동’을 할 때 마하 6~7 속도를 낸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신형탄도로케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라는 표현을 보면, 로켓부스터에서 분리 발사되는 형태가 아닌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성능을 개량·완성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2개 이상의 탄두를 장착하는 것으로, 다탄두 개발은 예견된 수순이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ICBM. 노동신문


하지만 이번 당 대회에서 지난 10월 공개된 신형 ICBM을 ‘화성-16호’라고 명명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실제 다탄두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김 위원장은 신형 ICBM에 대해 “11축 차행 발사대(11축 이동식 발사차량)에 장착돼 공개된 신형의 거대한 로켓은 우리 핵무력이 도달한 최고의 현대성과 타격능력을 과시했다”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가까운 기간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하며 “500km 전방종심까지 정밀정찰 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 개발”도 언급했다. 북한은 현재 위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500km 전방을 정찰할 수 있는 정찰무인기는 군이 보유한 ‘글로벌 호크(정찰거리 300km)’보다 뛰어나다. 이 때문에 군사위성과 남한 전체를 들여다보는 무인정찰기는 실제 개발 가능성이 높다기 보다는, 선언적 의미로 풀이된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